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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맛집을 찾아서](5)용담1동 '태광식당'
한치와 돼지고기가 운명적으로 만났더니…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1. 04.02. 00:00:00

▲제주시 용담1동 서문다리 옆 '태광식당' 주인 정경자씨가 민들어 내는 '한치 주물럭'은 도내외 미식가들로부터 '일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강희만기자 hmkang@ihalla.com

매콤하면서도 담백한'한치 주물럭'최고 인기
소주가 동거하자네 … 비벼먹는 볶음밥 환상

제주시 용담1동 서문다리 옆 '태광식당'은 문을 연 지가 30년 가까이 되는 장수맛집이다. 오랜 세월이 내려앉은 허름한 외관 식당의 음식맛은 늘 북적대는 이들의 발길이 말해준다.

식당 주인은 정경자(60)씨. 30년 전 고향 목포에서 제주로 삶터를 옮기면서부터 식당을 꾸렸다.

차림판엔 여러 음식이 빼곡해 입맛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데, 손님들이 즐겨찾는 최고 인기음식은 '한치 주물럭'이다. 주방장 역할을 도맡아 해온 정씨가 직접 개발했는데 한치에 돼지고기와 갖은 야채, 매콤한 양념이 만나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볶음요리다. 식당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한치가 30㎏, 돼지고기가 30~40㎏에 이른다니 손님의 숫자를 얼추 짐작케 한다.

한치와 돼지고기의 궁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재료로 만든 한치 주물럭이 손님의 발길을 꾸준히 끌어들이는 건 어떤 비밀이 있어서일까.

한치는 껍질을 벗겨 손질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양파, 당근, 대파와 함께 양념장에 버무린다. 윤기나는 양념장은 고추장, 간장, 마늘, 물엿, 참기름 등으로 맛을 내는데 주인장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단다. 특히 고소한 참기름향이 진동하는데, 참깨를 구입해 직접 기름을 짜서 그렇단다. 돼지고기는 생고기를 매일 아침마다 공수받아 한 입 크기로 썰어 양념에 재워놨다 손님상에 낸다.

한치 주물럭을 주문하면 양념한 한치와 돼지고기가 2개의 접시에 담겨 나온다. 먼저 불판에 돼지고기부터 달달 볶다가 거의 익었다 싶을 때쯤 양념한 한치와 함께 미나리, 깻잎, 팽이버섯 등 야채를 넣어야 한치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재료가 채 익지도 않았는데 군침이 꿀꺽 넘어가며 젓가락질을 재촉한다. 이쯤이면 소주 한 잔 생각이 절로 난다. 상추에 한치와 돼지고기를 넉넉히 올려넣어 한입 가득 넣으니 입안이 행복해진다.

한치와 돼지고기를 다 비웠을 즈음이면 누구나 '밥 한 그릇'을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남은 양념에 쓱쓱 비벼먹으면 어느새 밥 한 공기는 후딱이다.

"우리집은 어쩌다 오는 손님도 있지만 단골들이 많아요. 그러니 불경기에도 남들보다 괜찮은 편이죠.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맛나게 먹어주는 이들 덕분에 제2의 고향인 제주에서 성공했죠"라는 정씨. 빌려쓰던 식당 건물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매입했고, 10여년 전부터 딸 문경애(41)씨와 조리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막내아들 경환(33)씨도 가세해 대를 이어 식당을 꾸려가고 있으니 그저 든든하다.

식당을 찾는 손님의 절반 이상은 도민이지만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을 타고 오는 관광객도 꽤 된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운동선수들은 물론 이름만 대만 알만한 유명 연예인들도 여럿 식당을 찾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인 관광객들도 적잖다. 양념을 덜 맵게 해서 먹는데 "오이시이(맛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간다.

점심시간이 끝날 시간인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식당은 종업원만 10명이다. 그래도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이면 일손이 달린다.

정씨가 수십년 식당을 꾸리면서 지켜가는 철칙이 궁금했다. "신선한 재료에서부터 음식맛이 시작돼요. 최고의 재료를 직접 다듬고 양념하는 정성과 손맛이 음식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할까요?"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내고도 남을 한치 주물럭은 1인분에 1만2000원이다. 구제역 영향으로 돼지고기값이 뛰면서 얼마전에 값을 올렸다. 또 한치를 양념장에 버무려 석쇠에 구워먹는 한치 불고기와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해삼물회 역시 태광식당이 자랑하는 음식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다.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은 쉰다. 751-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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