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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칼럼]거듭 '껍데기는 가라'
입력 : 2011. 04.05. 00:00:00
다시 4월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이다. 낮에는 봄볕이 감싸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목덜미에 어린다. 그래서 봄과 겨울, 서늘함과 따스함, 차가운 이성과 따스한 감성(感性)이 공존하는 4월은 시인의 계절이기도 하다.

4월이 오면 몇몇 시가 떠오른다. 올해는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먼저 입속에 머금는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중략) //껍데기는 가라. / 한라에서 백두까지 /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막혔던 가슴이 후련하게 터지는 명시다.

이 시는 4·19혁명을 배경으로 쓴 시로 알려져 있다. 그 배경의 일단을 모 일간지 박문태 논설실장의 글 '껍데기는 가라'를 통해 살펴보자. 당시 혁명을 부르짖었던 '알맹이' 학생들은 피흘리며 독재타도에 나선 뒤 '나부터 군대 가자'며 돈을 쓰면서까지 입대하고 있었다. 이는 "군대에 가면 바보"라는 자유당 시절의 부패상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의 발로로서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 법대로'의 혁명정신을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껍데기들은 경무대 앞까지 버스를 타고(안전하게) 데모의 뒷 대열에 선 뒤 그것을 내세워 학생회장이 되고, 그 경력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일부 껍데기들은 그들이 척결(剔決)하려 했던 권력의 보좌관이 되더니 나중에는 독재권력의 앞장이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4월혁명의 세태를 보며 신동엽 시인은 제발 '껍데기는 가라'고 절규하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5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한국사회는 어떤가. 당시 혁명의 앞줄에 섰다는 이들 중에는 지금 권력의 핵심에 서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는 입대 통지서를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하거나 투병 중이어서 군복무를 마치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알맹이'였는지, 아니면 '껍데기'였는지 판단하기 헷갈린다. 병역 미필 사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정권 초기의 사회통제와 남북문제에 관한 경직된 정책 등을 볼 때 그들이 민주와 통일을 외쳤던 진정한 혁명그룹이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 돌에 새긴 비문도 풍화(風化)되며 흐릿해진다. 하물며 젊은 시절의 언행을 언제까지 올곧게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과 몇년도 지나지 않은 약속, 그것도 공인으로서 대중을 향해 던진 공약이라면 지켜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제주 4·3에 대한 약속도 마찬가지다. 임기가 남아 있어 아직은 유효하다고 기대하지만 상황은 점점 미덥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MB정부는 대전으로의 수도 이전 공약을 집요하게 허물려고 시도한바 있다. 최근에는 경남·북지역에 건설하겠다고 했던 신공항건설공약도 취소한 마당이다. 4·3 공약도 빈 껍데기 공약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공항건설 공약을 지키지 못한 사과 연설을 들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별로 활용도 되지 않을 신공항건설에 수조원의 재원을 퍼붓는다면 국가재정의 파탄(破綻)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대목 역시 수긍이 간다. 그렇다면 왜 그런 공약을 했는가. 대통령은 자타가 인정하는 실물경제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때 경제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여 주었어야 할 일이다. 그랬다면 경상도 지역 주민들은 큰 기대도, 격앙도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당선을 목적으로 쏟아낸 공약이 이제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모든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언젠가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남게 될 것이다.

<논 설 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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