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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배움터를 가다
[옛 배움터를 가다/폐교의 어제와 오늘](1)프롤로그
아이 떠난 그곳, 마을은 안녕한가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1. 04.22. 00:00:00
아이들 떠난 학교 운동장

아이들 떠난 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타고 놀았을 학교 운동장의 시소 너머로 폐교된 조천초 신흥분교장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진선희기자

1983년 이래 최근까지 본교· 분교장 총 35곳 폐교
공동체가 일군 학교 지역사회가 기억해야 할 때

주인을 잃은 미끄럼틀에 봄바람이 무심한 듯 스쳤다. 시소는 한쪽으로 기운 채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 있었다. 지난해 3월 학교 문을 닫은 제주시 조천읍 신흥분교장. 제주교육의 '폐교 역사' 연표 맨 끄트머리에 놓이는 '배움의 옛 터'다. 올해 하반기 다문화교육센터로 탈바꿈할 옛 교정은 고요했다.

▶학생수 감소에 폐교도 증가=제주도교육청이 학생수 100명 이하인 읍면 지역 소규모 학교의 학교운영위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적이 있다. 적정규모 학교 육성을 위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추진을 두고 찬·반 비율이 맞섰다. 찬성이 44%, 반대가 56%였다. 찬성하는 쪽은 "많은 또래집단과 더불어 교육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고, 반대측은 "마을에 학교가 존속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통폐합된 학교에 대한 교육활동을 평가하는 질문에는 24.5%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고 56.2%는 '보통', 11.1%는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도내 학교수는 특수학교 포함 184곳에 이른다. 분교장 8곳이 있지만 학교 수로 셈하지 않는다. 제주지역 폐교는 주로 초등학교(분교장)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저출산과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읍면 지역 초등학생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도교육청은 2000년 4만6778명이던 초등학생수가 2015년이 되면 3만5239명으로 24.7%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찬조금품이 몰려들던 학교=도내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시작된 것은 비양도의 비양초가 분교장으로 개편된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교는 이듬해인 1983년 대정읍 신도초 보흥분교장을 시작으로 2010년 조천초 신흥분교장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본교 14곳(통합운영으로 폐교한 4곳 포함), 분교장 21곳 등 35곳이 폐지됐다.

1990년대에 폐교가 집중되었는데 30년 가까운 지난 시간동안 1년에 학교 한 곳씩 사라진 셈이다. 같은 기간 초등학교 14곳, 중학교 7곳, 고등학교 6곳, 특수학교 2곳이 개교했지만 폐교 수가 그보다 더 많다. 현재 통폐합이 거론되는 60명 이하 초등학교는 9곳이다.

'배워야 산다'는 시절이 있었다. 해방 이후 마을마다 학교가 세워지던 무렵 적지 않은 재일동포, 지역주민들이 힘을 보탰다. 도교육청이 발간한 '제주교육을 도와준 사람들'에 실린 학교별 찬조금품 접수 내역과 학교용지 기증 현황은 그 점을 말해준다.

아이들이 떠난 학교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더러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더러는 옛 모습을 잃었지만 숨을 멈춘 것은 아니다.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대부분 교육용 시설로, 문화 공간으로, 주민복지시설로 변신했다. 연기처럼 흩어진 학교의 역사를 붙잡고 그것을 마을의 자산으로 만들려는 곳도 있다. '옛 배움터를 가다-폐교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그 현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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