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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명소]성산읍 시흥리 / 말미오름
시원한 바다 일출봉·우도 비경 한눈에 '확'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1. 04.23. 00:00:00

▲말미오름 정상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사진 왼쪽) /사진=백금탁기자

시흥초서 농로따라 1㎞ 걸으면 입구 도착
봄꽃·봄나물이 지천… 옛 추억 '새록새록'

돌담 위로 인동 새순이 오른다. 잔인한 4월도 한껏 차오른 봄기운을 막아내기는 버거운 모양이다. 보라색 무꽃이 하늘빛을 닮았다. 노란 유채꽃도 제빛을 내느라 분주하다. 길가에는 달래며 쑥, 냉이가 제가 먼저 봄을 알린양 바람에 남실댄다.

말미오름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시흥초등학교 뒤편에 있다. 농로를 따라 1km 남짓 걷다보면 오름입구에 닿을 수 있다. 표고는 126m로 낮다. 올레1코스에 있어 길 찾기도 무난하다.

두산봉이라 불리기도 하는 말미오름은 종달리에서 보면 초록빛으로 긴탁자 위에 놓인 자루와 같다. 시흥리에서 바라하면 험상궂은 괴물의 머리같아 보인다. 또 멀리서 보면 호랑이 머리에 뿔이 달린 자세로 일명 '각호봉(角虎峯)' 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농로를 따라 걷는다. 밭에는 당근이며 무 수확 이후라서 이삭들이 많다. 무 하나를 주워 베어문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온 윤초시 손녀를 좋아하던 소년과 같은 기분이다. 먹다 남은 무를 소년처럼 멀리 던져보기도 한다.

말미오름 입구에는 '시흥올레 소망쉼터'가 먼저 반긴다. 올레길 첫 출발지에서 소망을 남기면 이뤄진단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해가 솟는 성산일출봉과 말미오름의 정기가 소원을 들어준단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나무로 된 정자에는 나무편으로 된 소망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등반길은 험하지 않다. 목책시설이 잘 되어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시흥초등학교 뒤편에 있는 말미오름 전경.

길섶에는 이름모를 야생화가 피어나고 저만치 진달래 꽃망울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봄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다. 터벅터벅 걷는 길엔 솔향과 함께 쑥내음이 피어난다. 엉겅퀴꽃과 제비꽃들이 보라빛으로 닮아간다. 분홍빛 복숭아꽃도 수줍다. 오름 중턱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말미오름의 매력은 정상에 있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모습은 일품이다. 주변 오름들도 제각각 빛을 달리하며 한폭의 그림속에 담긴다. 시흥초등학교 주변으로 정리된 밭들도 저만의 사연을 간직하듯 제각각이다.

풀밭에 쉴양으로 앉아 있으면 순간, 한반도를 닮은 밭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이웃 밭과의 경계를 돌담으로 쌓으면서 만들어낸 우연의 작품이다. 그래서 정상부근은 '한반도 언덕'이라 이름지었단다.

▲말미오름 정상 둘레길의 모습

정상을 뒤로하고 흙길을 따라 내려선다.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오름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 소들이 물을 마시는 웅덩이도 여럿 있다. 흙길에는 사람과 소의 발자국이 함께 새겨진다. 모두가 자연이고 옛추억이다. 길섶엔 보리수가 잘 익어 발갛게 매달렸다. 망개는 연두빛 꽃을 피웠다. 제주사람들은 망개를 '맹기'나 혹은 '맹게'라고 한다. 새순과 열매를 먹기도 한다. 망개를 보며 더운 여름 떡이 상하지 말라고 망개잎으로 싸주던 망개떡을 떠올리며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오름 둘레길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오름 입구에 닿을 수 있다. 당근 이삭을 주워 목을 축이고 멀리 일출봉을 바라본다. 경쾌한 발걸음보다 바람이 앞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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