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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석과 함께하는 포스트 독서
[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부대끼는 청춘을 향한 연가
절망하고 상처받았기에 더 빛나는 청춘
입력 : 2011. 04.26. 00:00:00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바로 청춘의 이야기이다. 청춘은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 달랠 길 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파랗게 빛나는 이 시기에, 우리는 가장 크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좌절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주말에 외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 왔다. 내가 회계사라는 직업을 가져서 인지 결혼식장에 가면 항상 돈 받는 일을 맡곤 한다. 제주의 결혼식에서는 축의금을 받는 사람이 없지만 육지의 결혼식장에서는 당연히 축의금을 받고 그것을 비망록에 정리하고 나중에 결혼식장 비용을 지급하고 남은 돈을 정산해서 혼주에게 인계해야 한다. 사실 이 작업은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다. 혼주를 대신해 힘든 일을 해야 하고, 결혼식장에 가서 결혼식도 볼 수 없고 사진도 찍지 못할 때가 많다. 하객들이 늦게 오는 사람도 있으므로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테이블에 앉아 오는 손님에게 축의금 봉투를 받고 식권을 내어주고 주차장 도장을 찍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 회계사 직업과 이 일은 사실 전혀 관련성이 없지만 사람들은 회계사이니 돈과 관련된 일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성인이 되고 나서 나는 친척들의 결혼식장에 가면 이 일을 도맡아 해야 했는데 하기 싫은 일이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어서 어쩔 수 없이 해왔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에 참석하고도 사진도 못 찍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번에는 4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갔기 때문에 이 일을 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외삼촌께서 한 달 전부터 전화를 해서 축의금 받는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고 말씀하셔서 내가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걱정은 되었다. 아이들이 나를 따르기 때문에 아이보는 일과 축의금 받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외삼촌은 내가 아이들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애만 타고 계셨다. 나는 몇 명의 아이들은 재우고 몇 명은 먹을 것을 입에 물려줘 동생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축의금 받는 곳으로 가보니 이미 60여 명의 하객들이 와서 봉투를 놓고 간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촌동생과 친척 두 분이 서 있었는데도 어떻게 정리를 하고 기록하는지 몰라서 하나도 정리도 하지 않고 봉투만 받아 놓은 상황이었다. 내가 들어가고 나서야 정리가 되는 것을 보고 외삼촌 께서는 너무 고마워하셨다.

나는 20대를 많은 큰 일을 치르면서 보냈던 것 같다. 그때는 화려하지도 않지만 숨어서 고생을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경험 때문인지 경조사에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런 고생을 하면 언젠가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는 것 같다. 지금 너무 힘이 들고 고생하는 일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언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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