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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건강보고서
[제주의 질병 50선](18)건선
하얀색 피부껍질 날마다 발생 맘고생이 더커
입력 : 2011. 05.05. 00:00:00

▲각 부위별 건선 증상. 왼쪽부터 등, 배, 팔, 손. /사진=제주대병원제공

겨울에 악화 여름엔 호전
발병원인 여러요인 복합
악화인자 피하는게 최선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던 34세의 L씨는 얼마전 발열을 동반한 감기를 앓고 난 후 두피에서 시작해 팔, 다리, 등, 배, 엉덩이, 다리, 손등으로 확산되는 붉은 색조의 피부발진이 생겼다. L씨는 어릴 적부터 특별한 피부질환을 앓아온 적이 없었으며, 그다지 가렵지는 않은데 겨울철 이후 피부 병변은 점차 넓어졌다.

딱딱하고 거친 하얀색의 마른 피부껍질이 환부의 표면에 형성되고 날마다 방바닥과 이불에 눈이 내리듯 피부껍질이 떨어졌다. 목욕을 깨끗이 하면 피부껍질이 덜 떨어질까 싶어 매일 비누로 30분씩 목욕을 했고 일부에서 풍욕이 좋다고해 이를 해봤지만 피부는 더욱 악화됐다.

건선이었다. 주2회 자외선요법을 시행하고 경구 약물을 투여해 2주 후부터 천천히 피부병변의 숫자, 색조, 두께가 호전됐고 현재는 경미한 반점들만 다리에 남은 채 호전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건선=건선은 가장 대표적인 만성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일반인구의 1.5~3%에서 발병한다. 국내 환자수는 약 100만명으로 추산하는데 거의 매년 10만명 정도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발생빈도상 남녀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 20~30대에 가장 흔하며, 발생 연령에 따라 30대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 초발 건선과 30대 이후에 발생하는 만기 초발 건선으로 구분한다.

특히 조기 초발 건선은 건선의 가족력이 보다 흔하고 치료 저항성을 보이며, 중증이므로 예후도 불량하다. 건선은 특징적으로 겨울에 악화되고 여름에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원인=건선의 발병 원인은 한가지 인자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들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소인, 면역학적 요인, 표피 운동성 조절 이상, 생화학적 요인, 암전구유전자의 발현 이상, 상부 진피 혈관의 구조적 이상, 신경펩타이드 분비 이상, 각종 환경적 악화인자 등이 작용한다. 유전적 소인으로는 환자의 33%에서 가족력이 있으며, 두 부모가 건선 환자라면 40%에서, 한쪽 부모가 건선일 경우 8%에서 유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발병 인자는 면역학적 요인으로서 T-림프구 활성화의 균형이 깨지면서 각종 분비물질이 림프구와 각질형성세포로부터 과도하게 나오고 2차적으로 피부의 염증과 과증식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증상=발병 초기엔 선홍색의 작은 구진으로 시작해 점차 커지고 융합돼 동전 모양의 판 형태를 취한다. 경계가 명확하며 융기돼 있으며, 특징적으로 단단하고 거칠고 마른 은백색 피부껍질이 표면에서 관찰된다. 피부껍질 아래는 균질한 색조의 홍반으로 환상 혹은 동전 형태를 형성한다. 가려움증은 거의 없다.

피부 발진은 대칭성으로 무릎, 팔꿈치, 엉덩이, 등, 배, 두피, 귀, 손등, 발등에 나타나는데 얼굴, 사타구니, 겨드랑이, 성기, 항문, 손발바닥, 구강점막에도 발생할 수 있다. 급성기에는 마찰 등 국소적 외상에 의해 피부병변이 쉽게 번지며, 병변 표면의 단단한 인설을 일부러 떼어내면 점상출혈이 생기는 특성이 있다. 건선은 주로 구진이나 판모양 병변이 현저하지만 급성 악화기에는 판모양 병변이 고름물집이나 잔물집으로 급속히 변화하기도 한다.

건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물방울모양건선은 소아기에 사슬알균에 의한 상기도감염 후 2주째에 몸통을 중심으로 물방울 형태의 구진들이 급속히 나타나는데 다행히 성장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다. 판모양건선은 일명 보통건선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가장 흔한 형태의 건선에 해당된다.

전신고름물집건선은 가장 위험한 형태의 건선으로 치료가 힘들고 방치할 경우 심부전, 호흡곤란, 패혈증, 폐부종으로 사망할 수 있는 유형이다. 국소고름물집건선은 고름물집이 손발바닥에만 국한되지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난치성 경과를 보인다. 그 외에 전신의 피부에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박탈건선이나 홍피성건선이 있다.

▶대처방안=피부 외상, 과도한 피부 자극,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의 각종 감염증, 건조한 기후, 지나친 목욕이나 사우나, 정서적 스트레스, 건선을 악화시키는 각종 약물 등의 악화 인자를 피하도록 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피부가 거칠고 건조하므로 보습로션이나 크림, 오일 등을 자주 발라야 하며, 건조하거나 추운 날씨에는 과도한 목욕을 피하고, 샤워 후, 취침 직전, 외출 전에는 필수적으로 보습제를 전신에 발라야 한다.

온도와 건선간에는 직접적 연관 관계가 없다. 겨울에 건선이 악화되는 것은 꼭 추워서라기보다는 피부각질층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므로 사계절 내내 적절한 습도와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무조건 뜨거운 한증막이나 사우나에 노출되는 것은 건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름에는 야외에서 적당량의 자외선을 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건선 병변의 범위가 국소적인 경우 비타민 D유도체, 레티노이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 바르는 약으로 충분하고, 범위가 넓은 경우는 자외선요법을 시도하거나 경구 항건선약물을 시도한다.

[ Q & A ]

1.건선과 건성피부는 다른가=건성피부는 피부각질층의 수분과 지질이 부족해 환절기나 겨울철에 피부건조증이 쉽게 생기는 상태이다. 건성피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으며 보습제나 오일을 자주 발라주고 피부에 습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건성피부는 병명이 아닌 하나의 소견이며, 건선은 특수한 질환인 것이다. 다만 건선 환자의 대부분이 실제로 건성피부를 나타내기 때문에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 관리를 계속해 주어야 한다.

2.건선에 좋은 음식물이나 보조제가 있나=특정 음식, 영양제, 건강보조식품 등을 먹어서 건선 치료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정 음식이나 보조제가 건선을 치유한다고 확증된 의학적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알코올이나 건선을 악화시키는 특정 약제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건선을 악화시킨다. 피부에서 껍질이 하얗게 일어나면서 낙설이 심해지는 경우는 수분 손실, 열 손실, 단백질 소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므로 이 때에는 적절한 휴식과 함께 충분한 수분 섭취와 단백질 공급이 필요하다.

3.어린 아이들도 건선이 생기나=건선은 주로 20~30대 전후의 젊은 성인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60대 이후에 천천히 시작되는 경우도 있으며, 10대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영유아나 소아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으며 아예 출생때부터 건선이 존재하는 선천건선도 보고됐었다. 30대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는 비교적 치료 반응이 양호하고 예후가 좋다. 그러나 30대 이전에 발병하는 제1형 건선은 물방울형 건선을 제외하고는 예후가 나쁘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만큼 영유아나 소아에서 발생하는 건선은 잘 낫지 않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이나 기타 만성습진과의 감별이 초기부터 중요하다. 병변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에 임하되 안전성과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 건선 치료제 중 어떤 약제를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전문의 의견/김재왕(피부과)]"민간요법 맹신 피해야"

건선은 본질적으로 피부에서 시작되는 질병이지만 그 발병 원인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병리 기전이 맞물려 작용해야 발생하는 다인자적 질환이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병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을 신중하게 적용해야 하는 어려운 질환이다. 더구나 어떠한 치료법을 동원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건선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던 상당수의 환자들이 좌절하고 쉽게 공공장소에 나서지 못하거나, 목욕탕에 가지 못하거나,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가벼운 경우에서부터 심하면 우울증, 공황장애, 신체변형장애, 성격장애 등에 시달리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극한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들이 건선으로 인해 느끼는 심리적 폐해는 가족 중에 건선 환자가 있지 않으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결국 이들의 종착역은 민간요법이다.

기존의 치료법들이 모두 부질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온갖 민간요법과 검증되지 않은 기능성식품이나 보조제에 쉽게 현혹되는데 6개월 혹은 1년 뒤의 종국적 결과는 돈과 시간의 낭비, 그리고 전신에 걸쳐 참혹하게 악화된 피부 상처일 뿐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민간요법을 시도해 생긴 모든 피해의 책임은 결국 이를 선택한 환자와 보호자 자신일 뿐이며 실질적으로 이들의 피해를 구제해줄 수 있는 제도권내의 사회적 주체는 없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발전에 따라 최근까지 많은 치료방법들이 개발돼 왔으며, 현재의 수준은 완치는 아니더라도 건선으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을 정상적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의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즉 자외선요법, 국소 도포제, 항건선 경구약물들을 조합한 복합 요법을 통해 정기적으로 치료할 경우 현재의 상태를 점차적으로 호전시킬 뿐 아니라 건선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약물보다 전신 부작용은 덜하면서 건선을 장기간 치유된 상태로 유지하는 각종 주사용 생물학적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건선이 마냥 완치가 불가능한 불치병만은 아니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검증되지 못한 민간요법을 맹신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건선을 더욱 악화시켜 자신의 일생을 파괴시키는 오도된 선택을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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