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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귀농인의 이야기](10)20년 백합 재배 고구봉 신촌리장
"꽃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1. 06.15. 00:00:00
'꽃愛 빠진 남자'

'꽃愛 빠진 남자'

▲올해로 20년째 백합을 재배하고 있는 고구봉 이장은 "일년 내내 꽃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라고 말했다. /사진=강경민기자

국내 출하와 매년 15만~20만본 일본 수출
"행정차원 물류비·구근구입비 지원 필요"

"메마른 사회에서의 꽃의 의미는 세상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죠. 꽃을 재배하는 것은 가장 박한 농사예요. 날씨에 민감하고 오늘 가위질을 못하면 품질이 하급으로 떨어지거나 버려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20년간 백합을 키우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때 제가 키운 꽃이 쓰여진다는 것이고 그 속에서 작은 보람을 찾습니다."

'꽃을 든 남자' 고구봉(52) 신촌리장은 1989년부터 줄곧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서 9050㎡ 규모의 하우스 단지에서 오리엔탈 백합을 키우고 있다. 연간 1~2억 규모의 백합종구 전량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해 꽃을 재배, 개화 직전에 일본과 국내시장에 내놓고 있다.

고 이장은 꽃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예찬론을 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꽃사는 것을 과소비가 생각하는데 이러한 정서부터 벗어야 합니다. 꽃은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어떠한 선물보다 귀한 거죠. 베트남 국민들은 하루 일당을 모두 꽃을 사는데 쓸 정도로 우리나라의 국민정서와는 사뭇 다릅니다. 가장 중요할 때, 그리고 가장 슬플 때 세상살이에서 제일 중요하고 엄숙한 시점에 쓰는 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특히 마지막 보내는 이에 대한 정성으로 꽃을 놓는데 꽃이 시들어 스러지는 모습과 인생사도 비슷한 거죠. 최근 조화를 많이 쓰는데 가시는 이에 대한 정성이 아쉽습니다. 더욱이 오리엔탈 백합은 가격이 높아 조화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처럼 각박한 사회에서 꽃이 줄 수 있는 힘은 정서함양 등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꽃을 재배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고 이장은 지난 20여년간 아내인 김은숙(47)씨와 함께 백합 종구를 심고 꽃을 수확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고 이장의 집도 하우스와 붙어 있어 매일 직장에 출근하는 셈이다.

고 이장은 수출역꾼이라는 점에서도 자부심을 갖는다.

"6월말까지 일본과 국내 시장에 내놓을 절화를 수확하느라 요즘 바쁘죠. 최근 우근민 도정의 수출 1조원 달성 목표에 제가 재배하는 백합도 일정부분 제몫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매년 15만본에서 20만본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고 내수도 비슷한 양을 생산합니다. 수출 확대를 위해 실질적으로 시중가의 절반수준으로 중유와 경유 등 면세유 지원을 확대하고 행정차원에서 물류비와 구근 구입비도 확대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 이장은 요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선 해충 피해는 물론 한번 수확한 종구는 재사용률이 30%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1년에 두번 심고 수확하는 특성상 종구의 가격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겨울 폭설과 한파로 인해 가뜩이나 오른 유류가격으로 인해 1억원이 넘는 기름값을 지출하는 등 경제적 부담도 크다.

악조건 속에서도 고 이장은 희망을 말한다. "꽃을 키우는 자체가 보람이죠. 무엇보다 농사꾼이라면 열매와 꽃봉오리가 맺힐 때 가장 뿌듯합니다. 앞으로 8월부터10월까지 구근을 심고 그 때부터 내년 1월까지 다시 수확에 들어갑니다. 일년 내내 꽃과 함께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입니다. 천직으로 앞으로도 버릴 수는 없죠."

고 이장 부부의 바지런함이 갓 피어날 백합봉우리에 함초롬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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