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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떵살암수과]신행철 초대 제주도 감사위원장
"감사위 독립성 확보 여전히 화두"
위영석 기자 yswi@ihalla.com
입력 : 2011. 06.18. 00:00:00

▲신행철 초대 도감사위원장은 "전환기 제주마을에 초점을 맞춘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철기자

월성마을회관에 사무실 꾸려 집필 준비
"해군기지 갈등 문제 재임중 최대 난제"

제주지역 사회학의 거두로 제주대 교수를 지내고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의 기틀을 다졌던 신행철(72) 전 위원장을 지난 16일 만났다. 감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활동했던 만큼 상실감도 컸으리라 생각했지만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집필을 준비하며 낙천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감사위원장을 지낸 후 지인의 소개로 제주시 오라동 월성마을회관에서 '청남재'라는 사무실을 냈다. 여생을 제주지역에 큼직한 사회적 기여보다는 생활 속에서 작지만 제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 마을 회관 한켠에 서재형식의 연구소를 만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다 퇴직하면 상실감이 클 것이라 생각하지만 평생을 연구실에 있었던 만큼 오히려 혼자 책을 뒤적거리고 집필을 준비하는게 성격에도 맞는 것 같다"면서 기자에게 삼독(三毒)을 버리면 4고(苦·건강 빈곤 역할상실 고독)의 문제가 사라지고 추하게 늙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삼독은 불교에서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세 가지의 번뇌로 탐욕·진에(화냄)·우치(어리석음)를 말한다.

그도 스스로 퇴임 후 삼독을 멀리하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큰 돈이 없어도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작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작성했던 칼럼을 모으고 자신의 연구결과를 담은 사회학연구논집, 교수시절 동료들과 함께 준비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던 번역서, 그리고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전환기에 있었던 제주마을에 초점을 맞춘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시간이 날 때마다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기 위해 설악산 대청봉에서부터 지리산 천왕봉 등을 오르는 등산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덕유산과 속리산을 오를 예정이다.

화제를 바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초대 감사위원장을 맡아 기틀을 닦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는 도내 정가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재임기간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관료조직화된 인적 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인맥이 자리잡아 틀을 깨기 어려웠다"면서 "감사담당 직원들은 여전히 도지사 소속이고 감사 현장에서 도지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인사 등 조직 운영과 예산의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성을 의심받을까봐 오히려 도지사와는 거의 만나지도 않았다는 신 전 위원장은 최근 제주자치도정의 최대 화두인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도 "감사위원장 당시 특별감사를 실시하면서 도지사까지 소환을 고려하는 등 중립적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도교육청과의 감사권 갈등, 도의회 사무처 감사 갈등 등과 함께 재임중 최대 난제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신 전 위원장은 "재임기간 원칙은 하나 였다. 첫 출발한 특별자치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고 직원들에게는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감사보고서'를 쓰라고 당부했다"면서 "작은 일을 찾아 실천하면서 감사위원회가 체제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여생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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