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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칼럼]"나라가 썩었다"고 하는데
입력 : 2011. 06.21. 00:00:00
"나라가 썩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 부처 장·차관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한 말이다. 국민원로회원들로부터 들은 말을 들려주는 형식이어서 대통령이 직접 꺼낸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곧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온통 나라가 비리투성이 같고...여기 모인 사람들이 크게 각성의 시간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나라가 썩었다'는 말에 대통령도 크게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나라가 썩었다"는 말의 전후 사정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이 말이 갖는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썩다'는 ▷부패하다 ▷좋은 재주·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 ▷사상이 건전하지 못하다 ▷나라의 정치가 문란하다 ▷분을 못풀어 속이 상하다의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나라가 썩었다는 말은 정권에 매우 뼈아픈 표현이다. 이 말을 민초들이 했다면 '미네르바'처럼 사법기관에 불려가 곤욕을 치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언론에서 보도되는 다채로운 '비리 쇼'를 보노라면 나라가 썩었다는 말이 크게 과장되었거나 진실을 왜곡하고 있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대통령님의 말씀'에 국민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나라를 썩게 한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병을 고치려면 병인(病因)을 적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이 장·차관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그래서 비록 탁견은 아닐지라도 나라를 위한 몇마디 조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어디에서부터 부패의 균이 퍼지기 시작했을까. 자유당시절에도 그런 말은 떠돈 것 같다. 그러나 자연치유가 됐는지, 아니면 위정자들이 적절한 처방을 했는지 한때는 장마철 나무처럼 나라가 쑥쑥 성장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썩음의 원인과 시기는 먼 곳이 아닌 가까운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끼리끼리' 인사다. 생물학적으로 근친교배는 종(種)의 퇴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정부 인사도 다르지 않다. 끼리끼리 인사행태를 탈피하지 못하면 부처나 기관의 잘못을 감시·비판하기보다 서로 감싸안으며 부와 명예를 독차지하게 된다. 이럴 때 그들은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를 노래하며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져 만년동안 영화를 누릴 꿈을 꾸게 된다. 그런 꿈 속에 국가의 미래나 국민이란 존재는 이미 사라진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좋은 재주·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도 또 다른 썩음 증상이다. 고학력 청년실업이나 배움이 엄청나게 힘든 교육환경도 그런 토양을 제공한다. 높은 학력을 가진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며 좌절하는 세태다. 여기에 배움의 열정이 있어도 너무나 비싼 학비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뒤를 잇는다. 그래서 부유층 자녀들이나 걱정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사회라면 그 나라의 병세는 이미 중증(重症)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국민 사상이 건전하지 못하거나 정치가 문란하다면 그것은 위정자들이 퍼뜨린 악성 바이러스 때문이다. 남의 사상과 영역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통한 조화로운 공존보다 이를 배척하거나 권력의 칼로 자르려는 저급한 통치가 그것이다. '분을 못풀어 속이 상한 것'은 썩음의 말기적 증세라고 볼 수 있다. 이 때 환자들은 외과적 회생에 대한 기대를 접으면서 스스로 내상의 아픔이나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게 된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거나 권력을 향해 규탄의 함성을 지르는 것도 그런 현상이다. 어떤 이들은 물 때에 맞춰 배를 띄우듯이 투표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배를 띄우려고도 한다. 그럼으로써 썩어가는 나라를 회생시키려는 자구책을 강구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 사회는 어떤 상황인가. <강문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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