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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맛집을 찾아서](12)어머니와 장독대 외도점
상추에 싼 보리비빔밥 잃어버린 입맛 절로~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입력 : 2011. 07.23. 00:00:00

▲'어머니와 장독대 외도점' 대표인 김정희씨가 내주는 보리비빔밥을 상추에 한입 물면 입맛이 절로 살아온다. /사진=강희만 기자 hmakng@ihalla.com

음식재료는 장독대안에 보관해 볼거리 선사
식당 안 옹기·한지로 토속적 분위기 자아내

장마가 끝남에 따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숨이 턱턱 막힌다. 무더운 날씨에 입맛도 없어져 먹을거리 선택이 여간 고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요즘 사람들은 입맛을 돋우는 별미가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제주섬을 훑는 몸고생도 마다 않는다.

제주시 외도1동 부영1차아파트 앞에 들어서 있는 '어머니와 장독대'(외도점 대표 김정희·53)도 입소문을 듣고 찾은 직장인들 하며 외식을 위한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먹거리 고민해결장소이다.

식당안에는 도시에서 흔히 볼수 없는 각종 옹기가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한지가 붙여진 한국 고유 전통문양의 틀속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포근하면서도 정감이 샘솟는다. 분위기가 고향같은 토속적인 멋이 물씬 풍긴다. 손님 밥상의 주메뉴가 보리밥 정식인게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상호에서 보여지듯 식당안 분위기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정말 살갑다.

'어머니와 장독대'의 보리밥은 색깔이 은은하다. 제주산 보리로 손님상에 올려지기 전 물에 불려 놓아 입안에 넣어도 잘 씹힌다. 쌀과 8대 2로 조리되고 몇알의 팥을 올려 운치를 더했다.

"음식재료 대부분은 인테리어로 장식돼 있는 장독대 안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메뉴를 시키면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그러했듯 장독대를 열고 보리를 끄집어 내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손님들이 매우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하시지요. 손님들은 음식이 조리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직접 보게 됨으로써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김정희 대표의 얘기다.

보리밥 정식은 푸짐하면서도 깔끔하다. 비벼서 쌈을 해 먹을 수 있도록 나물은 10가지를 준비했지만 잘 정돈돼 어수선하지 않다. 작은옹기(장독 뚜껑)에 살포시 담겨져 있는 8가지 밑반찬도 제철 재료로 준비됐고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제육볶음도 곁들였다. 입맛대로 고추장이나 쌈장 또는 된장으로 비빈뒤 상추로 쌈을 싸면 먹는이는 입이 즐겁고 보는 이는 눈이 즐겁다. 멸치를 갈아 쌀뜨물에 된장을 푼 뒤 만든 미역국은 보리비빔밥과 조화를 이뤄낸다.

어머니와 장독대의 주메뉴는 보리밥정식과 함께 묵은지로 깊은 맛을 낸 김치찜하며 낙지볶음도 인기를 더하고 있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물은 정수기에서 빼온게 아닌 알칼리이온수기를 이용하는 등 세심함에도 모자람이 없다.

어머니와 장독대를 찾은 손님들은 적어도 세번은 놀란다. 깔끔하면서도 제주적인 분위기에 우선 놀라고 정갈하지만 푸짐한 밥상에 두번 놀란다. 또 계산할 때 저렴한 가격에 눈이 놀란다. 보리밥 정식 1인분이 6500원인 만큼 2명이 1만3000원으로 배를 불리우고 제주의 정을 만끽할 수 있으니 비싸다고는 할 수 없겠다.

김정희 대표는 "맛있게 식사를 끝낸 손님들에게서 '잘 먹고 간다'는 말을 듣게되면 음식장사를 하는 보람을 느낀다"며 "음식점의 최고 인테리어는 값비싼 장식품 등이 아닌 손님의 발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음식맛을 본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며 어머니와 장독대는 현재 제주시내 3곳과 부산에서 같은 상호로 영업중이다.

옛날을 그리워하고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는 손님의 마음을 읽는 노하우가 '어머니와 장독대'가 쌓아놓은 경쟁력이 아닐까.

문의 ☎ (064)744-7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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