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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보고서
[귀농 이야기](13)감귤농사 이인호·김연화 부부
"늘 함께 일하니 행복이 넘쳐나요"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1. 07.27. 00:00:00

▲귀농 부부인 이인호·김연화씨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감귤원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현숙기자

3년전 서울살이 접고 안덕면 감산리에 정착
아내도 건강 찾고 환경농법으로 자연 사랑

"평생 동반자인 아내의 건강을 되찾아준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죠."

'귀농'의 성공조건이 반드시 '부농'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박한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성공한 귀농인'이라고 이름붙일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아직은 초보라고 자처하는 귀농부부 이인호(44)·김연화(45)씨는 귀농의 의미를 만족과 행복에서 찾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이 함께 감귤농사를 하고 있는 곳은 서귀포시 안덕면 명소인 안덕계곡 인근에 있다. 5600㎡로 그리 크지 않은 과수원이 이들 부부가 매일같이 출근하는 일터이다. 과수원에 도착하니 국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벌레들이 음악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특히 국악이 병해충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정시간을 틀어놓고 있습니다."

결혼 17년째를 맞는 이들 부부가 제주에 터를 잡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전. 서울살이에 지친 부부는 외국이민을 결심하고 준비중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예고없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만 것. 수술후 요양을 위해 제주에 살고 있던 동생을 찾았던 아내는 신기하게도 심했던 두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제주에 오니 매일같이 챙겨먹던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 거예요. 그것이 이상해서 몇번 더 내려왔는데 제주에서는 두통이 사라지는 겁니다. 알러지 체질때문에 못먹는 음식도 있었는데 제주에서는 알러지도 사라지게 됐어요." 이렇게 이들 부부는 제주에 정착을 결심했다.

갑작스런 결정으로 살 집을 찾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부부는 그때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업을 했던 남편과 금융관련 일을 했던 아내는 물어물어 귀농교육을 받고 EM활용 환경농법도 받았다. 그러면서 주변에 '멘토'가 하나둘 생기게 됐다. "귀농을 하면서 '멘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교육을 해주시는 선생님일수도 있고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동네어르신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응원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부부는 멘토들의 조언과 여러가지를 따져 안덕면 감산리 과수원을 구입하고 환경농법을 시작하면서 아예 보금자리도 감산으로 옮겼다. 하지만 아직은 생활하기 넉넉할만큼 소득이 많지 않다. 연간 3000만원 정도가 1년수입이다. 하지만 아내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함께 농사일까지 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억만금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귀농일기를 쓰고 있다.

부부는 향후 감귤과수원 인근에 농가민박을 지어 운영할 꿈을 꾸고 있다. 유기농 감귤을 직거래하면서 농가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또 노지감귤뿐 아니라 연중 수확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픈 희망도 있다.

남편 이씨는 EM학교와 다양한 교육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창고에 들어서니 그만의 농사용 교본과 농업일지가 빼곡했다. 부부는 늘 함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과수원 한켠에 만들어놓은 감귤발효액도 소금과 아미노산, 키톤목초액, 광합성효소 등을 배합해 부부가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부부가 지난해 처음 직거래를 위해 만들어낸 감귤은 '원시인 감귤'이라는 이름을 달기도 했다. 농약이나 비료를 최소화함으로써 원초적인 감귤의 맛을 살려내고자 하는 뜻이다. 이렇게 제주의 땅과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농사를 짓고자하는 이들 부부의 바람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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