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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범의 제주생각
[고희범의 제주생각]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력 해결 최악의 카드 드러낸 정부
갈등전문가 포함 긴급협의체 구성을
입력 : 2011. 07.28. 00:00:00
지금 강정은 전쟁 상황이다. 경찰병력은 강정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중덕해안 입구에는 강정주민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감은 채 목숨을 건 저지에 나서고 있다.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인명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많은 도민들이 강정의 현 상황에 대해 걱정하면서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권도 일제히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정을 방문해 내년 총선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권력 투입 자제와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재검토 발언이 잇따랐다. 도의회도 '갈등해소평화해결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당 제주도당 해군기지특위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초당적 협력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가 강경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결과다.

꼬일 대로 꼬인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사업추진 과정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동안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정부가 마침내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들었고, 도민사회가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의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제주도지사, 도의회 등 도내의 정치주체들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이나 야당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갈등 상황을 정리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정치이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물리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성숙한 사회답게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해군, 제주도민, 강정주민 등 당사자 모두를 존중하는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2~3개월 안에 정부와 제주도민, 강정주민이 동의할 수 있는 '윈-윈'책을 찾아내야 한다.

어제 제주도와 도의회의 정책협의회에서 나온 제안으로는 어렵다. 도의회가 임시회를 통해 해군기지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의회에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 정부까지 포함한 논의기구는 지금까지 계속해온 지리한 공방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의회가 제시한 '3대 원칙', 즉 평화적 해결, 상호존중, 신속한 처리의 원칙 아래 제주도지사와 도의장, 여야 정치권 대표가 '긴급회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갈등문제 전문가들을 자문그룹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회의체에서 나온 결론을 갖고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의지를 갖고 나선다면 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늦었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다. 위기는 기회다. 모두가 위기감을 갖고 있을 때 무거운 책임감과 진정성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 논의를 모은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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