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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 칼럼]'가라지' 잡초와 '똘레랑스'
입력 : 2011. 08.02. 00:00:00
며칠 전 제주도의회에서 명예도민증 수여자의 적격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도의회는 행정자치위를 통과한 명예도민 대상자 24명에 대한 동의안을 상정, 의결할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제주특별법 처리 당시 여·야당의 원내 대표였던 김무성·박지원 의원이 포함됐다. 그런데 전날 김 의원이 행한 제주해군기지 관련된 발언이 전해졌다. "해군기지 공사 저지세력은 사실상 북한 김정일의 꼭두각시 종북(從北)세력이다. 조속히 강력한 공권력이 즉각 투입돼야 한다. 노무현 정권에서 결정된 국책사업이 종북주의자 30명 때문에 중단되고 있다. 북한에 불리한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은 종북적 행동이다"라는 것이다. 그러자 야당 도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김의원을 명예도민증 수여대상자에서 빼고 의결하자고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관례에 어긋난다며 차라리 전체 대상자의 의결을 보류하자고 맞섰다. 이에 문대림 의장은 의장직권으로 수여대상자 전체를 의결 보류했다.

이 소식을 접하며 잡초의 일종인 '가라지'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제주어로 '가라조'라고 부르는 가라지는 이삭이 필 때까지는 곡식과 구별이 어려운 밀이나 조를 닮은 잡초다. 일종의 사이비(似而非)다. 가라지를 뽑지 않으면 알곡은 맺지 못하고 쭉정이만 남게 된다. 반면 가라지는 번성한 다음 다시 씨앗을 뿌리며 농부들을 괴롭힌다. 그래서 농부들은 가라지를 구별 못하거나 제때 뽑아내지 못하는 농부는 농사 지을 자격이 없다고 일깨워 왔다.

그런데 도의회는 가라지가 분명한대도 이를 뽑지 않았다. 그러면 도의원들도 해군기지 반대세력을 북한 김정일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자, 즉 빨갱이로 매도하고 있는 김무성의원의 발언에 동조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발언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

김 의원의 '빨갱이' 발언을 접하며 10여일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노르웨이의 비극이 뇌리에서 되살아 났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사고방식 혹은 이데올로기나 행동의 자유를 존중하는 이른바 '똘레랑스'정신이 결핍됐을 때 어떤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지켜보았다. 먼 나라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제주도민들에게 있어 김 의원의 발언은 공포정치의 전주곡(前奏曲)처럼 들려온다. 그래서 전율을 느낀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결정한 국책사업이 종북주의자 30명 때문에 중단되고 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한나라당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환영해야 마땅하다. 한나라당이 노무현정권을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해 왔음은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한나라당의 시각에서 볼 때 종북세력의 정책에 저항하는 집단으로 해석해야 맞는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노무현정권을 북한과 치열하게 맞섰던 정권으로 재평가를 먼저 내려야 논리에 맞다. 언어의 유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생각 없이 쏘아대는 한나라당 중진의원의 지극히 가벼운 언행에 실망감을 금치 못해 드리는 고언이다.

김 의원이 저주스러운 발언을 내뱉을 때 노르웨이 총리는 "장미꼿을 들어주십시오. 다시는 이러한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추모행사에 참가한 15만명의 군중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똘레랑스'를 합창했다.

그렇다. 제주도민들도 김의원을 향해 '똘레랑스'의 마음을 전하자. 그가 자신이 내뱉고 있는 말의 폭력성과 광기(狂氣)를 알지 못하고,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치한 사고를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관용의 시각으로 따스한 연민을 보내자. 그게 '똘레랑스'의 정신을 본받고 실천하고자 하는 제주인들의 성숙한 자세가 아니겠는가.<강문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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