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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범의 제주생각
[고희범의 제주생각]"우리 마을 학교를 살려라"
입력 : 2011. 10.06. 00:00:00
주민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모금운동
이제 교육청이 마을·학교 살리기 나서야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를 위해 현금 10억원을 모았다. 납읍초등학교가 분교로 통합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에 주민들이 모금운동을 벌인 것이다. 진기택 납읍리장은 지난 4월 학교를 살리기 위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싸게 임대해줄 다가구주택 건립을 마을회의에 제안했다. 5억원을 모아 7~8가구의 주택을 짓자는 것이었다.

이 회의에서 변윤찬(88) 노인이 "나도 1000만원을 낼 테니 아예 20가구쯤 지을 계획을 세우라"고 했다. 회의 분위기가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돌아가면서 15억원을 모금해 18가구의 임대주택을 짓기로 했다.

주민이 1300명인 이 작은 중산간 마을에서 다섯달 만에 이런 거액을 모은 것은 너도 나도 적지 않은 돈을 선뜻 내놓았기 때문이다. 학교 살리기 사업이 시작된 뒤 초등학생 손자 둘을 데리고 납읍으로 들어와 살던 김동오(75) 할머니는 10만원을 냈다.

원래 화북동에 살던 김 할머니는 납읍의 임대주택에서 지내다 손자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납읍을 떠나지 않고 빈 집으로 이사해 살고 있다. 전직 교육공무원인 김충현(62)씨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가 "몸이 아파 누워 있어보니까 돈이 아무 소용 없는 것이더라"면서 1000만원을 내놓았다.

납읍리에서는 지난 1993년 납읍초등학교 학생이 50명으로 줄어들면서 분교로 통폐합될 위기에 빠지자 빈 집 빌려주기 운동을 벌여 학생 수를 70명으로 늘였다. 이후 주민들은 돈을 모아 두 차례에 걸쳐 임대주택 19가구와 12가구를 각각 짓고 평형에 따라 연 50만~100만원의 싼 임대료로 초등학생 자녀 가정에 빌려주고 있다. 현재 납읍초등학교 재학생은 88명이지만 미리 대비하기 위해 아예 120명으로 늘려놓을 작정이다. 이달 안에 착공해 내년 3월 이전에 완공할 다가구주택에는 44가구가 입주신청을 해놓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이런 노력은 여느 마을에서도 그렇듯이 초등학교가 마을공동체의 정신적 문화적 뿌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아들의 걱정을 뿌리치고 거금을 쾌척한 마을 어른의 솔선수범은 모금에 불을 지폈다. 서울과 제주시에 사는 출향인사들의 애틋한 고향사랑은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해져 큰 몫을 채웠다. 이런 방식으로 학교를 지키고 있는 마을은 납읍리 외에 인근 봉성리, 하가리도 마찬가지다.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본교는 학생 수 60명, 분교는 20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2014년까지 유예기간에 학생 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통폐합될 학교는 본교 14개교, 분교 3개교 등 모두 17개교에 이른다. 그러나 학교 살리기를 마을주민들의 노력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근본적으로 줄고 있음을 고려해 일단 통폐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마을 살리기와 학교 살리기를 병행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농촌학교의 폐교는 농촌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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