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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개발20년, 그 현장에 서다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3)한라산 케이블카의 교훈
2년 전 한라산 케이블카 논란이 남긴 것은…
입력 : 2011. 10.26. 00:00:00

▲통영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대규모 주차장들. 만약 한라산에도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대규모 주차장이 수림을 없애고 들어서야 한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환경보전' 화두로 시작했지만 케이블카의 본질은 환경훼손
통영 케이블카 목적은 상업화…제주와 관광 환경 자체가 달라
세계자연유산 본질을 성찰해야…관광객 유치 목적 돼서는 안돼

한라산 개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케이블카 문제를 건너뛸 수 없다.

2000년 호주 스카이레일사 컨소시엄이 한라산 케이블카 타당성 조사용역이 나오면서 케이블카 논쟁은 뜨거워졌다.

'어머니 한라산에 쇠말뚝을 박을 수 있는가?'라는 감성적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이와는 반대로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편에서는 한라산의 관광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결론은 이상한 곳에서 나오고 말았다.

자연공원법 상의 케이블카 길이의 제한규정으로 이 용역에서 타당한 코스로 설정했던 구 영실코스가 제한된 길이를 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엄청난 비용을 들인 용역이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전락하며 끝을 맺은 것이다.

1. 다시 불거진 케이블카 설치 논란

케이블카 논란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시점인 2009년도에 재 점화된다. 당시 김태환 도정이 케이블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고, 이를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서 타당성을 재검토하면서 시작되었다. 2000년 논란 당시와 달라진 점은 이 때까지도 자연공원법 상의 길이 제한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으나, 길이제한을 줄이는 자연공원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었고, 또한 2000년 당시는 관광개발이 주요목적이었으나, 탐방로 부담을 줄이는 환경보전이 주요목적으로 바뀌었다. 이 때 검토된 노선은 2000년 용역에서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던 구 영실노선 (팔각정~오백장군~선작지왓~윗세오름)이었다.

2. 케이블카 환경보전의 수단인가?

2009년 케이블카 논란은 '케이블카가 환경보전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가 주요 논점이 되었다. 한라산 케이블카 타당성 검토를 위한 테스크포스팀(이하, T/F)에서는 크게 환경성 분과와 사회성분과, 경제성 분과로 나누어 검토했다. 2000년 케이블카와 달라진 점은 케이블카의 설치 목적이 환경보전이었기 때문에 환경성분과를 중심으로 케이블카가 환경보전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설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케이블카가 탐방객의 답압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탐방로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장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케이블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점과 종점에 대규모 시설들이 들어서야 하고, 기존 탐방로를 폐쇄하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윗세오름 종점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가서, 하산은 도보로 탐방하게 돼 결국 시점과 종점의 환경훼손과 더불어 기존 탐방로의 부담도 덜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통영케이블카는 관광 케이블카로 철탑의 높이가 50m다.

▲통영케이블카의 종점부. 각종 상업시설들로 채워졌다.

3. 케이블카의 사회복지적 측면

케이블카 설치의 논리 중 하나는 장애인들의 탐방권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인간이라면 이런 권리를 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의 탐방의 방법이 케이블카이어야 하는 물음과 영실의 오백장군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는 도보 탐방객들이 누릴 수 있는 자연경관 감상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T/F는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 건설 사례를 보면서, 이동을 주요목적으로 하는 케이블카를 보았는데, 일본 하코네국립공원의 경우 철탑의 높이가 25m를 넘지 않게 설계되었다. 이는 키 큰 나무들이 자랐을 때는 철탑이 거의 가려지는 높이로 관광을 위해서는 높이가 낮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2009년 검토한 케이블카는 철탑의 높이가 50m가 넘게 설계된 것으로 이동의 목적보다는 최대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목적의 케이블카였다.

4. 케이블카의 경제성은?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얻는 경제성은 운영의 주체가 제주도냐 민간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민간이 운영할 경우, 경제적 수익을 위해 도로건설과 주차장 확충, 종점부의 집중화 등이 오히려 환경보전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반면 제주도가 설치해서 운영하면 재정문제와 관리비 등 운영에 부담이 된다. T/F는 관광목적으로 운영되는 통영케이블카를 답사했다. 통영케이블카는 통영시에서 설치해서, 운영은 공사를 설립해 하고 있었다. 통영의 경우, 케이블카 완공 후, 관광객 유인효과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제주도도 케이블카 자체의 경제성보다는 케이블카로 인해 유인되는 관광객의 효과를 주목했다. 하지만, 통영과는 달리 제주는 이미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고, 섬이라는 지리적 특징 때문에 유인효과 측면에서 통영과 같이 생각할 수는 없다. 또 통영의 경우는 지나치게 상업화 되며 케이블카 종점부에 밀집한 상업시설 등이 환경보전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일본 하코네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철탑 최대 높이가 25m로 낮다. 수목과의 거리 유지를 위해 아래 쪽 수목을 제거했다.

5. 수면 아래로 숨은 케이블카, 하지만…

2009년 T/F는 한라산 케이블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결론으로 활동을 맺었다. 당시 김태환도정은 T/F의 결론을 존중한다며 논란을 종결시켰다. 2009년 케이블카 논란은 2000년에 비해 '환경보전'의 화두로 출발하였지만, 결국 케이블카라는 것은 환경보전을 위한 도구라기 보다는 이용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2009년이라는 시점은 한라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의 시점에서 돌출되었다는 점에서 제주도가 스스로 세계자연유산의 가치와 본질에 대해서 철학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후 다른 도정이 재차 추진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도는 결국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관광객을 유인하는 수단 정도로 이해하는 것으로 밖에 규정할 수 없다. 그리고 '환경보전'이라는 목적에 대해서도 세계자연유산의 이념에 맞는 한라산의 관리보전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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