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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또 닥친 월동채소 대란
월동무 출하 포기… 농가경제 '한파'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1. 12.12. 00:00:00
상심의 무밭

상심의 무밭

▲이맘때면 출하가 한창이어야 할 제주산 무가 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출하를 미루면서 주산지 밭마다 수확이 안된 채 쌓여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출하해도 경락가 손익 분기점에도 훨씬 못미쳐
68ha 산지폐기·수출로는 가격지지 효과 미지수
악순환 되풀이… 예산 추가확보·근본대책 절실

한 해 걸러 반복되던 월동채소 처리난이 올해 또 찾아왔다. 농가들은 최근 도매시장 경락가가 손익분기점에도 못미쳐 출하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더구나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국내시장에 출하되는 월동채소의 80~90%가 제주산임을 감안할 때 채소류 가격하락은 곧 제주 농가경제 침체로 직결된다.

▶월동무 20% 과잉생산=제주자치도와 제주농협지역본부에 따르면 양배추, 월동무, 당근, 브로콜리, 마늘, 양파, 가을감자 등 도내 7개 품목의 월동채소 재배면적과 생산예상량은 각각 1만4787㏊, 55만2669t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면적은 1.5%, 생산량은 8.9%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서도 처리난이 가장 심각한 품목은 무다. 재배면적과 생산예상량이 각각 4101㏊, 24만6670t으로 지난해에 견줘 면적 11.0%, 생산량은 19.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전북 고창지역의 무 출하가 가격하락으로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제주산과 출하시기가 겹쳐 가격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최근 제주산 월동무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18㎏ 기준 5500원 안팎으로 최근 몇 년새 최저수준을 보이면서 현재 무 출하량은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07년 평균가격은 9700원, 2009년 6900원, 2010년엔 1만7000원이었다.

성산에서 무 농사를 짓는 한 농가는 "손익분기점이 18㎏에 7000~8000원은 돼야 하는데, 그 수준을 훨씬 밑돌면서 농가들이 손놓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양배추도 최근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3000원 안팎으로 2007년 4600원, 2009년 4500원, 지난해 8000원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수출과 산지폐기 효과도 미지수=도내 무 재배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산지 성산농협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미국 수출에 들어가 총 1500t을 수출할 예정이다. 구좌농협도 400t의 무 수출을 추진중이다.

애월농협에서도 양배추 500t을 대만으로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해놓고 있다.

전국적으로 과잉생산된 무는 일정량 산지폐기도 이뤄지고 있다. 제주의 경우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산물가격안정기금 4억100만원을 지원받아 68.2㏊에 대해 산지폐기가 진행중이다. 산지폐기에 따른 보상비는 10a(990㎡)당 58만8000원이다.

하지만 문제는 68.2㏊에 대한 산지폐기로는 무 가격 지지효과를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성산농협 강석보 경제상무는 "산지폐기물량이 전체의 30%정도는 돼야 가격지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무 가격이 안좋아 출하를 내년 1월로 미룬다고 해도 홍수출하에다 상품성 하락 등으로 값이 좋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추가로 정부의 산지폐기 예산 확보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도매시장 경락가가 생산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산지폐기를 검토한다는 계획아래 15일까지 월동무 재배면적과 생산량 전수조사를 진행중이지만 지방비와 농협 예산으로 산지폐기하는 데는 물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해 걸러 되풀이되는 월동채소 과잉생산을 막아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정확하게 농업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표본수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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