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울이오름 우회로의 데크공사를 위해 만들어진 길. 무너지는 송이층 위로 멀리 중장비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제주의 해안 오름들은 항상 개발의 표적이 돼왔다. 오름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오름에 무엇을 만들면 그 안에서 멋진 경관을 누릴 수 있다는 욕심 때문이다. 반면 오름과 바다가 만나는 경관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외면되어 왔다. 끊임없이 그 곳에 무엇을 만들어 경관을 사유화하고자 하는 시도와 현재의 경관을 지키면서 공유화하고자 하는 흐름, 제주의 어느 곳에나 존재하지만 해안 오름에서 그 충돌은 절정에 달한다. 1. 절울이오름은 운다 절울이오름(송악산)은 이 두 욕구가 만나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는 곳이다. 절울이오름이라는 이름은 파도를 일컫는 제주어인 '절'과 '운다'는 뜻이 만나 '파도가 우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송악산이라는 이름보다는 절울이오름이 더욱 생생하게 이 곳을 표현하고 있다. 절울이오름은 이중화산체로 수중화산과 육상화산의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다. 현재의 해수면과 만나는 수중화산체는 파도에 침식돼 절벽으로 형성됐고,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면서 우는 듯 슬픈 소리를 내기 때문에 절울이라고 불렀다. 현재의 송악산이라는 지명은 일제시대 때, 지명조사를 하면서 와전된 것으로 '으뜸'을 의미하는 '솔오름'의 '솔'을 소나무로 잘못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절울이 오름은 1994년 대명건설이 개발을 추진하다 토지수용이 되지 않고 중단한 후, 1999년 당시 외국 투자기업인 센트럴아시아 그룹과 도내 기업인 세진산업개발이 합작형태로 설립한 남제주리조트개발이 총사업비 5200억원 규모로 절울이오름 일대 약 50만평에 대한 개발계획을 밝혔다. 2004년 완공목표로 호텔과 콘도 1027실, 쇼핑타운, 해저관람시설, 디즈니랜드 등을 짓는 이른바 종합휴양지 개념의 개발계획이었다. 이 때에 이르러 계획이 구체화 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중장비에 의해 내려 앉은 송이층.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1999년 개발계획이 사업자인 남제주리조트개발이 자금확보 실패와 도민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이 계획에서 보였던 개발계획의 틀은 이후 리조트 중심의 개발사업의 모델이 되었다. 비슷한 사례로 섭지코지 개발이라든지, 현재 추진되는 리조트형 개발사업들이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다. 대부분 화려하고 거창한 계획들로 치장하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수익이 되는 사업을 우선 시행하고, 나머지 주민의 이해가 걸린 사업이라든지, 제주의 관광산업과 직결되는 부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백지화되고 만다. 세인트골프장과 골프텔이 들어서고 난 후, 막을 내린 묘산봉 관광지구 개발사업도 그렇고, 섭지코지의 개발도 다르지 않다. 수익성을 고려하여 숙박시설을 우선적으로 하고 난 후, 나머지 사업은 사라지고 만다. 주민과 도민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그럴듯한 계획들로 치장하는 것이다. 3. 새로운 패러다임 올레길, 그러나 제주관광에서 올레길의 등장은 혁신이다. 과거 개발을 통해서만 관광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관광수익도 대기업중심의 대규모 관광지나 숙박시설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관광의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것이다. 이미 올레길 주변에는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하여, 작은 가게와 커피숍, 특산물 판매장이 과거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올레길 열풍으로 인한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절울이오름도 그 문제의 대상지다. 절울이오름에 올레길이 만들어진 후, 급격히 증가하는 탐방객으로 인해 절울이오름은 몸살을 앓고 있다. 절울이오름 정상에 이르는 곳곳이 탐방객의 발길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정상은 과거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더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정상부근의 송이층은 노출되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훼손이 심한 몇몇 탐방로는 폐쇄됐지만, 여전히 정상을 향하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번 길을 낸 후 이를 막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훼손되지 않도록 적정한 인원만 허용하는 방식의 탐방이 필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올레길에서는 생태적으로 민감하거나, 답압에 취약한 곳도 제한없이 탐방을 허용하고 있다. 곶자왈과 오름을 거쳐가는 올레길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올레길을 만들 당시 이런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했지만, 놓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행정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절울이오름 우회로에 데크시설 공사 모습. 데크가 들어서는 자리의 식생이 황폐화 되고 있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얼마 전 서귀포시장이 절울이오름 정상을 통제하고 우회로를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 우회로는 절울이 오름해안 절벽을 따라서 나가는 코스로 짐작되는데, 지금도 한창 탐방을 위한 데크시설을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도 나타난다. 해안절벽에 너무 바짝 붙여서 데크를 시설하다 보니, 데크시설을 위한 자제를 나르는 포크레인과 트럭의 하중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해안 절벽이 보이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어느 정도의 붕괴가 있었다. 설령 공사에 의한 영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연약한 지반인 곳이 있다면 공사로 인한 영향을 고려해, 과중한 테크시설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여전히 탐방객의 불편을 없도록 해서 많은 탐방객이 찾는 코스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의 일면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예래동 갯깍 주상절리길이 태풍에 의해서 탐방이 불편해지자, 쇠바퀴 포클레인으로 작업을 하면서 몽돌을 부순 것과 다르지 않다. 올레길의 참다운 의미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양보라고 생각한다. 행정이 앞장서서 인간의 편에서 자연을 바라본다면 올레길이 갖는 의미도 퇴색될 수 밖에 없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