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어떵살암수과
[어떵살암수과]연극 '바보 추기경' 원작자 현미혜씨
"'소금'이고 '바보'였던 추기경 닮고파"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2. 01.06. 22:00:00

▲지체장애와 암수술 등 역경을 극복하고 창작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는 현미혜씨. /사진=강경민기자

지체장애·암수술 등 역경 극복
제주시청 근무하며 창작활동
'황사영' 주제 글쓰기 고민중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바보 추기경'의 원작자 현미혜(45·세례명 레지나)씨. 제주시청 세무2과에서 근무중인 그녀는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동생 현요안(42·가톨릭문화기획 IMD 대표) 중문성당 주임신부의 부탁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상중이기 때문이다.

"작가 지망생도 아니다. 책을 많이 읽고, 영화와 연극보기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동생의 부탁으로 2008년 사도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이마고데이'에 이어 연극 '바보 추기경'를 썼다. 지난해 12월 23일 연극 '바보 추기경'이 막을 내리면서 동생이 조선후기 신유박해(1801년)와 연관된 인물인 '황사영'이란 주제를 냈다. 전적으로 동생이 요구한 것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나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과제다. 그래서 요즘 자료수집과 함께 관련 서적 20권을 사서 읽고 있다."

그녀는 동생의 부탁도 가끔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현재 일과가 바쁜 부서에 근무하는 터라 '바보 추기경'을 집필하면서 동료직원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생전에 뵌적이 없는 추기경의 이야기를 집필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무지가 집필을 무사히 끝내준 것 같다. 집필 당시 오후 6시 칼 퇴근하고 한달 넘게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 6시간씩 작품에 매달렸다. 연극을 본 이후 동료직원들이 모두 이해해 줬지만 미안함은 여전하다."

그녀와 동생인 현요안 신부 사이는 각별하다. 대학 다닐 때까지 방을 함께 쓰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동생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동생이 주장하는 공연과 영화, 음악 등 문화와 결합한 종교활동인 '문화사목' 구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다.

그녀의 꿈은 소박하고 순수하다. 2003년 암수술 이후 현재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이고 하루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삶의 구상도 들어봤다.

"'바보 추기경'을 쓰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책과 인터뷰 내용을 읽으면서 감히 내가 다가가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김수환 추기경은 '소금'과 같은 존재다. 잔이 안넘치고 물이 가득찬 상태에서도 그 속에 녹아들 수 있는 그런 소금과 같은 존재다. 완전히 세상 사람 속에 녹아 들어가 어린이를 만나든, 가난한 사람을 만나든 대상에 따라 모두를 수용하는 그런 분이다. 녹아 없어지는 소금처럼, 자기 역할을 다하면서 스며드는 모습은 큰 가르침이다."

가난하고, 힘없고, 낮은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 속에서 '소금'처럼 살다간 추기경의 삶을 닮고 싶어하는 그녀다. 암 수술에다 지체2급이라는 불편한 몸으로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교감한다. 그래서 관객에게 정신적 충만감을 주고 있는 그녀 또한 세상의 '소금'이고, '바보'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