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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떵살암수과
[어떵살암수과]다문화가정 홍승희·제시카 부부
"6년 토닥거리며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죠"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2. 01.14. 00:00:00
우리가족 최고!

우리가족 최고!

▲결혼 7년째로 접어드는 제주시 애월봉 봉성리 홍승희·제시카 부부가 세 아이들과 카메라 앞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사진=강경민기자

제주 남자-필리핀 여자 만나 문화차이 극복 6년여
무럭무럭 자라나는 3남매는 부부에게 소중한 보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있는 홍승희(45)·제시카(35) 부부의 집을 찾은 날, 마당까지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번졌다. 농촌에선 좀처럼 듣기 어렵다는 아이들 소리다.

현관문을 열자 다연(7), 원표(5), 원빈(3)이가 낯선 손님을 먼저 반긴다. 제주남자인 아빠 홍씨와 7년 전 필리핀에서 제주로 시집온 엄마 제시카를 쏙 빼닮은 아이들이다.

다문화가정을 이룬지 7년째 접어드는 부부. 결혼 초에야 의사소통 문제와 문화차이로 갈등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그 어려움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지만 세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은 여느 부부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제시카의 하루는 낮엔 막내 원빈이와, 오후에는 유치원에 다녀온 첫째, 둘째까지 세 아이와 씨름하는 일로 24시간이 짧다. 잘 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투고 울어대는 두 살 터울의 세 아이들과 종일 씨름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남편이 잘 도와주냐고 묻자 제시카는 살짝 남편의 눈치를 살피더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로 대신한다.

무뚝뚝한(?) 남편에 대한 섭섭함 등 좌충우돌식 제주생활에 대한 어려움은 자주 만나는 필리핀 친구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남편 흉도 실컷 보면서 푼다는 제시카다.

홍씨는 35마리의 번식우(송아지를 생산하기 위하 소)를 키우는 축산농이다. 자연히 목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농업경영인애월읍회 부회장도 맡고 있어 이래저래 분주하다. 게다가 요새는 한우값이 폭락해 애가 탄다. "1년 전에 비해 40%정도 가격이 떨어지니 거래도 끊기고…. 소를 키우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홍씨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버티게 하는 건 역시 가족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아빠"를 외치며 세 아이들이 품안으로 달려들고, 늘 표현은 못하지만 고마운 아내가 있다.

팔순을 넘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제시카는 형님에게 배워 제사음식도 제법 해내고, 김찌찌개와 된장찌개도 곧잘 끓여낸다. 지난해에는 농협에서 주관한 기초영농교육과 1대1 맞춤영농교육도 이수했다. 애들이 자라고 나면 남편이 짓는 양배추 농사와 축산일도 거들 생각에서다.

제시카는 동네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새댁이다. 그 비결이 뭘까? 홍씨는 "처음 시집왔을 때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라고 가르쳤고, 제시카가 잘 따라줬는데 그 덕분에 마을분들이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다"고 말한다. 제시카는 마을 부녀회장과도 친하게 지내며 도움을 받고 행사장에도 자주 다닌다고 했다. 고향 필리핀에 대한 그리움은 2년 전 뱃속에 있던 막내 원빈이까지 다섯가족이 함께 다녀온 추억과 여동생과의 전화통화로 달랜다.

딸이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들에게 특별대접(?)을 받으며 자란 다연이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영어가 유창한 제시카는 아이들에게 영어도 가르쳐 다연이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술술 한다. 제시카는 지난해 한국국적을 취득했고, 남편이 지어준 한국이름으로 곧 개명도 앞두고 있다.

"세 아이가 큰 탈없이 잘 자라주는 게 흐뭇하고 미운정 고운정이 다든 아내가 고맙지만 속마음은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홍씨. 그리고 늘 그의 곁에 있는 아내 제시카는 제주생활 6년여만에 서서히 제주 아줌마가 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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