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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25시
[편집국 25시]졸업 단상
이효형 기자
입력 : 2012. 01.31. 00:00:00
2월의 단골 뉴스. 졸업식 천태만상이다. 2년 전 '알몸 뒤풀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뒤, 작년부터 졸업식 풍경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 있다. 경찰이다.

작년에 취재차 도내 4곳의 중·고교 졸업식을 찾아간 적이 있다. 학교 주변에는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각 협의체 등에서도 인원을 배치해 시쳇말로 '막장 졸업식'을 막기 위해 분주했다. 학교는 나름대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꾀했다. 몇몇 언론들은 "하나만 걸려라"하고 매서운 눈으로 돌아다녔다. 기자 역시 다른 목적으로 졸업식을 찾았다고 할 수는 없다. 보는 눈이 그래서였을까. 찾아간 학교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무거운 공기가 깔려 있었다. 순찰을 돌던 경찰들도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지난해에도 '막장 졸업식'은 제주를 비켜가지 못했다. 경찰과 일부 졸업생들의 숨바꼭질이 이어졌고, 이는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게다가 올해는 학교폭력 문제가 전국을 휩쓸었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우에 그쳤으면 좋겠지만, 아마 올해 졸업식 풍경도 이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성세대에게는 '졸업'하면 떠오르는 아련한 향수들이 있다. 물론 신세대에게도 졸업의 향수는 남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기억을 떠올렸을 때는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과 끝까지 자신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일부 어른들도 함께 남아있을 것이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면들이 있다. 어떤 중학교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선생님께 꽃다발을 건네준 뒤 와락 안기던 모습. 한 여고에서는 졸업생이 하염없이 울며 "고맙습니다. 꼭 다시 찾아올게요. 저 잊으면 안돼요"라고 하자 선생님은 "내가 널 어떻게 잊겠니. 언제든지 찾아오거라"라고 하며 떠나는 제자를 배웅했다. 모두가 떠나간 교실에서 홀로 남아 책상에 앉아있던 졸업생도 있었다.

디지털 세대에게도 아날로그의 감성은 있다. 하지만 요즘 세태에서 이러한 뉴스는 '막장 졸업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효형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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