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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영화 '부러진 화살'에 담긴 함의(含意)
입력 : 2012. 01.31. 00:00:00
정지영 감독의 새 영화 '부러진 화살'이 누적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다. 그 사회적 파장(波長) 또한 만만찮다. 지난해 장애인 성폭행사건을 소재로 다뤄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영화와 비교되며 '제2의 도가니'로도 불린다.

'부러진 화살'은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판사 석궁테러사건'이란 실화(實話)를 소재로 삼고 있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모 부장판사를 집 앞에서 석궁(石弓)으로 쏜 혐의로 기소된 게 사건의 주내용이다. 김 전 교수는 2008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되어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초 출소했다.

영화 흥행과 함께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찬반논쟁도 가열 중이다. 주된 흐름은 "원칙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편파적인 시각으로 사법부를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영화내용에 대해 대응 메뉴얼까지 배포할 정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초점은 사법 불신(不信)에 이어 '사법부 개혁'으로 옮아가고 있다. 영화의 내용이나 '실체적 진실' 등은 이제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그 기저엔 여전히 국민들에게 고압적으로 다가드는 '법원의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 과거 인혁당사건 등 정치권력에 부합해 '사법 살인'을 저지른 사법부의 원죄(原罪), 최근 판사들의 'SNS 설화(舌禍)' 등이 깔려 있다.

법조계 인사들의 말처럼 사법부는 아직까지 자신들의 논리와 판단의 기준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설명하거나 납득을 구한적이 없었다. 판사들이 영화를 보며 설령 억울한 생각이 든다 하더라도 그 영화를 통해 던져지는 메시지를 곱씹어보며 자성(自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이 사법부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교수신문은 "이 영화는 교수사회의 일그러진 지성(知性)을 쐈다"고 부각시켰다. 학교측의 왕따로 김 교수가 홀로 되고 재임용에 탈락했을 때 그 누구도 도와주기를 꺼렸다는 게 요지다.

언론도 '부러진 화살'의 또다른 과녁으로 거론된다. 사법개혁 이슈화의 주역이 돼야 할 주류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질책이다. 사건 당시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고 의제(議題)설정에 나서 진실을 파헤쳤다면 영화가 나온 후의 호들갑은 없었을 것이란 것. '진실을 알려면 이제 신문(언론)이 아니라 영화를 봐야 하는가'라는 반문(反問)도 그래서 나온다.

이처럼 '부러진 화살'에 담긴 함의(含意)는 다양하다. 물론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란 영화 속 대사처럼 주타깃이 사법부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학사회나 언론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할 것이다.

MB정부의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을 사람들은 소통부재(疏通不在)에서 찾는다. 현재의 사법부 불신도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권위주의 하의 기득권(旣得權)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시민사회가 각성하며 분연히 떨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이 몰고온 파장 역시 시민사회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도 '소통'을 게을리 한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폭풍으로 다가올 것이다. <김계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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