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고희범의 제주생각
[고희범의 제주생각]정치, 정치인의 자세
입력 : 2012. 02.09. 00:00:00
제주해군기지 설계 오류·불법성 불구
해군·복지부동 도지사에 도민 눈총

4월 총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뛰고 있다. 얼마 전 후보였던 나의 기억이 떠올라 남의 일 같지 않다. 모두 훌륭한 인재들이지만 도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애쓰는 이 분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현직 도지사의 목표는 무엇일까? 도의원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인생의 목표가 도지사가 되는 것이나 도의원이 되는 것이라면 이 분들은 성공한 인생이다. 이미 이루었으므로. 아니면 도지사나 도의원 재선이 목표일까?

도지사든, 도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그 자리가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제주도민의 행복, 제주도의 자존, 평화롭고 풍요로운 제주의 미래, 우리 후손들이 누려야 할 자산,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 제주도민으로 산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자랑스런 사회, 이런 것들이 목적이어야 한다.

요즘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이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이 분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강정에서는 해군기지 공사가 계속 강행되고 있는 데 항의하다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일상이 되고 있다. 설계상 오류가 지적되고 국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도 막무가내로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 공사의 불법성 여부는 가리려 하지 않고 연행을 일삼는 경찰,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팽개쳐두고 있다가 의도가 빤히 보이는 꼼수로 도민을 속이려는 총리실 등.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열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우근민 도지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도민 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도지사라면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을 하나가 이미 거덜이 난 데다 주민들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도지사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당장 현장을 확인하고 공사의 불법성 여부를 따져 공사중단을 요청하든지, 절대보전구역 해제조처를 취소하든지, 이 공사가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도민들을 설득해서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든지,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제주도민과 공무원을 총동원하고 제주도의 모든 현안을 접어두다시피 지난 1년여를 집중해온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가 온 국민의 조롱 속에 갖가지 의혹을 낳고 있다.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우 지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떻게 쓰다 달다 한마디 말이 없을 수 있는가. 어떤 목소리도 무시하고 있다가 도민들이 잊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인가.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도민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면 중앙정부에 삿대질도 하고, 일을 하다가 실수를 했으면 곧바로 책임지는 자세로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당한 모습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왜 도지사가 되려 했는지 생각해보면 해야 할 일이 보일지 모른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