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9)쌀을 날로 먹지 않는 이유
입력 : 2012. 03.10. 00:00:00

▲전분인 아밀로오스의 분자구조.

인체의 한 부분에서라도 식물처럼 광합성작용을 할 수 있으면 먹는 것과 영양분 섭취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고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과, 포도, 밀감 등처럼 생쌀을 날 것으로 먹을 수 있으면 인간의 삶은 더욱 여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쌀알의 크기가 사과 정도가 되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쌀은 날 것으로 먹지 않고 밥으로 지어 먹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쌀은 찬물에 담가두는 것만으로는 밥이 되지 않을까?

쌀의 주성분은 전분(녹말·starch)이다. 전분은 수천 개의 포도당(glucose)이 결합된 중합체로서 아밀로오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밀로오스는 포도당이 직선으로 결합되어 있는 다당류로 채소, 콩류, 밀제품, 쌀 등에 존재한다. 아밀로펙틴은 포도당들이 곁가지를 형성하며 결합하고 있다.

전분에 물을 가하고 끓이면 일부 사슬은 가수분해에 의해 길이가 짧아진다. 또 온도가 높으면 물 분자가 전분 사슬 사이로 들어가 전분입자가 부풀게 된다. 맥아당(maltose)은 두 개의 포도당이 결합된 형태이며 전분이 가수분해되어 생성되는 당으로 맥주를 만들 때 에탄올 생성을 위한 필수 원료이다.

물이 전분 속으로 들어가 사슬과 사슬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것을 가소화라고 한다. 사슬과 사슬 사이의 공간이 물로 채워지면 사슬간 간격은 커지고 사슬이 부풀게 된다. 즉 가소화되면 단단하던 작은 쌀 알맹이가 부드럽고 큰 밥풀로 변한다.

전분을 가열할 때 그의 입자가 물을 흡수해 팽윤하고 가수분해에 의해서 사슬이 짧아지고 사슬 사이로 물이 들어가 가소화시키는 현상을 젤라틴화(gelatinization)라 부른다. 이것은 견고한 전분에 물을 가해서 마치 젤라틴처럼 되기 때문이다.

쌀이 젤라틴화되면 씹기도 쉬워지고 소화도 촉진된다. 위에서는 위산, 장에서는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가 더 진행된다. 사슬이 짧을수록, 팽윤도가 높을수록 체내에서의 가수분해반응은 더 잘 일어난다. 그래서 위와 장이 일을 적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혹은 소화가 더딘 노인에게는 된밥보다는 진밥이 좋다.

물 분자가 전분의 분자 사슬과 사슬 사이로 침투해 사슬 간 간격이 넓어지는 것은 이들 사이의 인력보다 사슬과 물 분자간의 인력이 더 강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분 사슬 간의 인력은 매우 강해서 온도가 낮으면 사슬 사이로 물이 침투할 수 없다. 즉 일정한 온도 이상이 돼야 전분은 젤라틴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밥을 빨리 짓기 위해서는 압력솥에서 약 100℃ 정도로 가열해서 젤라틴화 속도를 증가시켜야 한다.

인간의 체온 정도에서는 젤라틴화가 일어날 수 없다. 물론 체내에서 효소와 산에 의해 전분 사슬이 가수분해될 수 있지만 고체 상태의 전분의 젤라틴화 속도는 매우 느리다. 그래서 밥을 지은 것에 비하면 쌀의 섭취 효율이 대폭 낮아지게 된다. 또한 생쌀은 소화되기 어려워 배탈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