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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시궁창 쥐, 곳간 쥐
입력 : 2012. 03.12. 00:00:00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秦)나라에서 승상 자리까지 오른 이사(李斯)는 젊은 시절 초나라 변방의 말단 관리에 불과했다. 어느 날 아침 이사가 뒷마당 한쪽 시궁창에서 음식쓰레기를 뒤적이던 쥐들이 부리나케 흩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쥐들은 모두 바싹 말라 있었다. 이날 이사는 등청하여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기 위해 곳간으로 갔다. 곳간 문을 열고 쌀가마니 근처로 가자 거기에도 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쥐들은 사람을 보고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여전히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먹고 있었다. 곳간의 쥐들은 모두 털에 윤기가 있고 몸뚱이는 살이 올라있었다. 이사는 탄식했다. "人之賢不肖譬如鼠矣(인지현불초비여서의) 在所自處耳(재소자처이)" 현명한 사람이 되는가,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가는 쥐와 같구나. 그가 스스로 어디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구나!

깨달음을 얻은 이사는 그 길로 당대의 석학 순자(荀子)의 문하로 들어가 제왕지술을 배웠다. 그는 초왕은 섬기기에 부족하고 6국은 약소해 공을 이룰 여지가 없다고 판단, 진나라로 가 큰 공을 이루어 승상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에서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부정과 뇌물로 구속 수감되는 일들이 수없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아왔다. 박정희 정권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이후락은 "떡고물을 안 흘리고 떡을 만들 수 있느냐"라는 말을 해 떡고물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적이 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가족들이 비리와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측근 비리와 관련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도 정권 출범 초기에는 조용하다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때부터 언론, 수사기관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 앞 다투며 부정 비리를 쏟아낸다. 사라져 가는 권력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정치권의 역사는 반복돼야만 하는 것일까?

요즘 정치권은 참 바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4월 총선, 연말 대선과 관련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당명을 바꾸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이 되자고 대 수술을 감행하고 있다. 후보들도 출사표(?)를 던지며 당선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번 실시되는 두 번 선거에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 그것도 없으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당대표 선출과정에 돈 봉투가 오고가는 불법이 '오랜 관행'이었다고 부끄럼 없이 말하고, 공중부양, 최루탄을 터뜨리는 국회의원들을 다시 뽑아야 할지….

힘 있고 잘사는 사람끼리의 부적절한 커넥션이 우울하게 하였다. 저축은행 사건은 끼리끼리 상류사회 커넥션의 결정판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층이 짊어져야 했다. 밤새 저축은행 앞에서 추위를 잊은 채 평생 모은 돈을 돌려 달라는 서민들의 울부짖음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힘없고 못사는 사람들이 갈 곳은 과연 어딜까?

지난해 정부와 경제계는 무역1조 달러 돌파라는 축포를 터뜨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전에 없는 큰 호황을 누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적 기업인 삼성과 LG는 가전 제품가격을 담합하여 서민들의 팍팍한 주머니를 털어내고 있다. 재벌가 2~3세들은 10살 소년도 몇 백억 자산가가 되고 빵집, 커피점, 옷가게, 심지어 구내식당까지 운영하는 현실이다. 종전 문어발 확장에서 이제는 해파리처럼 무수한 다리들이 독을 뿜으며 영세업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치솟는 물가고에 양극화의 간격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분명 건강하지 못한 사회구조다. 이런 사회구조라면 1조 달러 무역은 신기루일 뿐이다.

이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권력주변을 맴돌고, 부자동네를 동경한다. 분명 곳간이 더 먹을 것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진나라 이사(李斯)는 1인 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진시황 사후 권력투쟁에서 패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이사는 탄식했다. 그때 비루하지만 시궁창의 쥐로 살았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을…. 또다시 얼마나 많은 이사(李斯)들이 정치권, 경제계에서 나올까?

<김한욱 前 제주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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