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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3특집]한·중 분쟁현장 이어도
제주인의 꿈꾸는 이상향 이어도 국제분쟁 소용돌이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2. 04.23. 00:00:00

▲이어도를 두고 한·중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제주의 땅임을 확인시킬 수 있는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야한다. 사진은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 /사진=한라일보 DB

한국·중국·일본·러시아 4강 영토 분쟁 격화
조용한 외교서 벗어나 유리한 고지 선점해야


○… 제주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 '이어도'를 두고 한·중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동아시아는 몇년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 영토분쟁이 일면서 정치·외교적 마찰이 심각하다. .

일분은 틈만나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반발을 사고 있고, 중국과 일본도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은 쿠릴열도에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하자 한국은 해양경찰 소속 대형 경비함정과 초계기 등을 이어도 해상에 보내 경계 강화 조치를 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어도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중국의 관할권 주장에 맞서 우리의 대응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어도=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제주에는 '이여도'라는 꿈이 있었다. 예전 제주사람이 바람 많고 돌이 많은 땅에서 생활해 나가며 키워왔던 꿈, 해녀들이 물질을 하며 그리던 곳, 그곳이 바로 이여도이다. 이처럼 이여도라는 섬은 제주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이어도는 1900년 영국 상선인 소코트라(Socotra)호가 처음 발견하면서 선박의 이름을 따서 국제적으로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라 불리어 왔다.

이어도는 섬이 아닌 수중 암초로서 가장 얕은 곳은 해수면 아래 약 4.6m이며, 수심 40m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남북으로 약 600m, 동서로 약 750m에 이른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남쪽과 동쪽은 급경사를, 북쪽과 서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 이어도의 실재론이 처음 대두된 것은 1951년으로, 국토규명사업을 벌이던 한국산악회와 해군이 공동으로 이어도 탐사에 나서 높은 파도속에서 실체를 드러내보이는 이어도 정봉을 육안으로 확인했고, '이어도' 라고 새긴 동판 표지를 수면 아래 암초에 가라앉히고 돌아왔다. 2003년에는 이어도 종합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해 해양·기상·환경 관측체계를 갖추고, 해양 및 기상예보, 어장예보, 지구환경문제 및 해상교통안전, 연안재해방지와 기후변화예측에 필요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 4강의 국력 대결장으로 변한 극동아시아=일본은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음에도 독도의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지방자치단체가 채택하면서 양국은 극한 대립으로 향하고 있다.

센카쿠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곳으로, 지난 2010년 9월 중국어선의 일본 순시선의 정선명령에 불응해 들이받은 혐의로 중국인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은 희귀금속의 대일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통해 맞불을 놓는 등 극심한 외교분쟁을 일으켰다. 일본은 북쪽의 홋카이도와 맞닿은 쿠릴열도를 놓고도 러시아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영토분쟁의 이면에는 극동아시아에서 패권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확장을 미국의 견제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최근 이어도 관할권 문제를 잇따라 주장하는 것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부터다. 지난해 8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비밀 외교문서는 미국이 제주해군기지에 부여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고다. 지난 2007년 4월 주한미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문서(문서번호 07SEOUL1211)는 "예정된 해군기지는 아마도 위미항에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동쪽으로는 일본으로 항해하고, 서쪽으로는 중국으로 항해하며, 남쪽으로는 대만으로 항해하며, 또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중요한 해상 소통로를 위한 이상적인 위치에 놓여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상호방호조약에 따라 미군은 언제든지 한국내 군사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일본 내에서 오키나와 미 해군기지에 대한 철수 압력이 높아지는 것도 제주기지에 대한 미국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속내를 알고 있는 중국이 이어도를 통해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용한 외교 언제까지… 분쟁시 유리한 고지 선점해야=23일 '동해'의 국제명칭을 결정할 국제수로기구(ILO)의 총회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누리꾼이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각각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사이버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0년간 ILO는 한국은 동해 표기를 주장해 왔지만,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해 명칭 사용을 고수해 왔다.

이와 같이 일본은 국제분쟁을 일으키면서 오랜기간 정·재계는 물론 학계까지 똘똘뭉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준비작업를 해 왔다. 현재까지는 이같은 노력이 헛되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에 맞서 제주자치도의회가 '이어도의 날 조례'제정에 나서자 외교적 마찰을 불러 올 수 있다면서 말리는 형국이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저자세 대응으로 인해 상당수 국민에게 실망을 주기도 했다.

이어도가 위치한 곳은 한국의 영해는 물론 우리측 EEZ 밖에 있어 분쟁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이기 전에 제주자치도와 도민이 한데뭉쳐 이어도를 제주의 땅으로 확실히 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어도, 이젠 미래 국력의 최전선

이어도 주변 해역이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이 지나는 남방항로의 핵심이자 '해양자원 보고(寶庫)'의 가능성이다. 북상하는 쿠로시오 해류와 남하하는 서해의 한류, 중국대륙의 연안수가 서로 교차하는 황금어장이기도 하다.

이어도를 확보하기 위해 공세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는 중국은 주변해역에서 긴장상황을 연출하는 도발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어도를 둘러싼 핵심쟁점은 '한국과 중국의 해양경계 획정' 문제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하 EEZ)을 주장하면 이어도는 서로의 배타적경제수역이 중첩되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적절하게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란 한국과 중국 사이의 바다 가운데에 경계선을 긋는 것이다. 만약 중간선을 긋는다면 이어도는 한국 쪽 EEZ에 속하게 된다. 마라도가 서산다오(이어도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의 유인도)보다 이어도로부터 138km나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중국과 해양경계를 '중간선 원칙'으로 획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우리나라 서해나 동중국해가 모두 중국대륙에서 뻗어 나온 대륙붕 위에 있다는 이른바 '자연적 육지연장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이어도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주장과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중국과의 해양경계 획정 협상에서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중국을 상대하는 우리나라의 협상·외교력이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법·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적인 관점에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논리·근거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이어도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와 관심을 높일 국가적 정책도 모색돼야 한다.

결국 이어도문제는 국민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더불어 해양정책에 대한 국가역량이 총체적으로 결집돼야 해결의 단초를 만들 수 있는 복잡한 과제다. 무엇보다 정부가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한다. 이어도에 대한 관심을 놓는 것은 한국의 미래국력을 신장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민영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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