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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16)메말라가는 사랑과 호르몬의 장난
입력 : 2012. 05.05. 00:00:00

▲MRI 찰영에서 뇌하수체가 밝게 나타나 있는 정상인의 뇌.

요즘은 사랑할 때 뇌의 특정 부위 변화 등으로 사랑의 강도를 파악하고 호르몬 분비와 관련하여 사랑의 진행 상태를 과학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이다. 사랑의 척도를 너무 획일적으로 단순화시키는 것 같다. 솔잎 덮힌 여유로운 오솔길에서 갑자기 포장길로 들어선 것 같다.

미국 샘휴스턴주립대 심 터우충 박사는 '사랑을 고백할 때 왼쪽 귀에 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왼쪽 귀와 연결된 우뇌가 감정 조절을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한 학자는 길을 걷는 남녀 2만여 연인들의 좌우 위치를 조사해 본 결과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남성은 여성의 왼편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는 연인의 왼편에 서는 것이 어떨까? 사랑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따분한 사랑' 이야기도 마음에 담아두면 도움이 될 때가 있을지 모른다.

사랑에 빠졌을 때 세상이 온통 장밋빛으로 보이는 것은 호르몬이 날뛰기 때문이다. 사랑 때문에 가슴이 쿵쾅거리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 제구실을 하게 된다.

삶 자체가 스트레스이며 생활에는 항상 스트레스가 동반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꼭 나쁜 것도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호르몬은 체력을 강화시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방향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연애 초기에는 특히 신체적 능력이 향상되고 정신이 맑아지며 주의력이 높아진다. 그리하여 지치지 않고 밤새 춤을 출 수도 있다. 이런 여기상태는 스트레스호르몬 분비가 증가할 때 수반되는 현상이다.

뇌와 육체가 소화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일에 열중하게 되므로 모든 혈액은 소화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명치가 꽉 막힌 느낌을 받게 된다. 이와 동시에 얼굴은 화끈거리며 몸에 열이 나고 땀이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 외에도 열렬한 사랑에 도취되었을 때는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신비의 작용을 하는 호르몬도 왕성한 작용을 한다. 화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스피드(speed)와 엑스터시(ecstasy)와 같은 불법 마약의 주성분인 암페타민(amphetamine) 성분에 속한다. 그러나 화학적인 사랑의 화살, 페닐에틸아민은 마약과 달리 체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합법적인 마약인 셈이다.

사랑을 설명하는 다른 과학적 방법으로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한다. 뇌는 정신활동을 할 때 막대한 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필요한 부위에 혈류가 증가하게 된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하면 혈류가 증가하는 부위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활성화 정도로부터 사랑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색깔과 냄새도 없는 오묘한 마음의 흐름인 사랑을 과학적 틀인 새장에 넣어야 할까? 문화는 사라지고, 문명만 자연환경을 도배하는 상황에서 사랑만이라도 창공을 마음껏 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창공을 비행하던 사랑의 구름 속에서 친환경적인 문화가 잉태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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