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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식탁을 우리 먹을거리로 채운다면
입력 : 2012. 05.08. 00:00:00
꼬신 향 가득한 자리지짐, 우영(텃밭)에서 슥슥 베어내 된장에 찍어 먹는 제철나물…. 자연이 주는 맛을 그대로 살린 제주의 음식들이다. 제주인들은 공장식으로 빠르게 자라난 식재료가 아닌, 느리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자라난 지역의 제철 먹을거리로 음식을 만들었었다. 제주인의 식탁은 자연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식탁에서는 지역의 먹을거리가 점차 밀려나고 있다. 이제 식재료들은 먼 나라에서 약품처리를 받으며 장시간의 운송을 거쳐 식탁으로 올라온다. 공장식으로 빠르고 대량으로 키워진 식재료들은 현대인들의 입맛을 바꿔 놓았다. 외국의 식재료로 만드는 외국식 음식점들이 한식당의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다. 마트에 즐비한 외국산 식재료들은 저렴한 값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덕분에 현대인들은 저렴한 식재료로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음식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함께 안게 됐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과 중국산 배추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이어지며, 음식불안이 이제는 별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 게 돼버렸다.

만약 우리가 과거 제주인들의 삶으로 되돌아간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모든 문명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자연의 순리대로 느리게 자라난 지역의 먹을거리로 식탁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다.

제주인의 삶으로 돌아간다면, 우선 음식에 대한 불안과 불신부터 사라질 것이다. 먼 외국에서 들어오던 식재료 대신 지역에서 나는 농축수산물을 식탁에 올리면, 장시간 운송에 따른 약품처리와 유전자조작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지역 농산물은 먼 외국에서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는 식재료보다 훨씬 믿을 수 있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일은 우리의 식탁만 달라지게 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식탁에 자주 올리게 되면, 식재료의 장거리 운송에 따른 탄소 소비를 줄일 수 있어서 환경에도 오염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의 가족만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까지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과 지역농민간의 신뢰가 쌓이며 지역 농산물 소비가 늘어난다면, 농민들도 경제적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된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농작지의 황폐와 경작포기를 방지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상상이 아니다. 이미 일본과 영국, 미국 등의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로컬푸드운동'의 방법과 효과이다. 일본에서는 지산지소운동(자신이 사는 곳의 4리 4방에서 생산되는 것을 먹고 살면 건강해진다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로컬푸드에 기초한 농장판매장, 직거래장터, 식품박스 마케팅들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협동조합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방면에서 전개하고 있고, 제주에서도 농민직거래장터, 꾸러미사업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먹을거리로 식탁을 채우는 일로 시작하는 로컬푸드는 현재 많은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회복의 실마리가 되었다. 로컬푸드운동이 여러 지역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로컬푸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제주의 오래된 미래다. <박중건 제주대안연구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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