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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편안하게 늙어가고 싶다면
입력 : 2012. 05.29. 00:00:00
오늘 아침에도 누워만 계시는 어머니를 보러 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스 한번 안타고 걸어다니시던 튼튼한 다리였다. 한평생 쉬지 않고 일하면서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고 남편병 수발드시다 혼자 편히 생활하신지 불과 4년째다. 깊게 패인 주름살 너머 작은 미소로 나를 반기시는 데 까맣게 속이 타들어간다.

나이를 떠나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희망이란 것이 없다면 참 견디기 힘든 세상이 아닐까 싶다. 늙고 병든 노인들에겐 무엇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하다. 맘 편히 치료받고 싶은데 자식들한테 폐 끼치지 않고 말이다.

가족이라는 이미 주어진 관계속에서 부양해야 될 자식들은 이미 메여버린 직장생활과 시간·공간적 제약속에서 부모에게 죄스러운 맘을 일차적으로 갖게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느낀다. 돈을 들여 간병인을 둔다 해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되니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상대적으로 고된 간병에도 불구하고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간병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또한 시급하다.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가족수발에 대한 의식 변화 등은 노인의 장기 요양보험 제도가 더 이상 한정된 노인 개인이나 특정 가족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위험으로서 사회적 책임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이 있건 없건 몸이 안 좋은 노인들을 찾아가서 수발을 들어주는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의 방문 서비스가 보장된다면 이런 걱정 안하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나 노인성질병을 가진 자들 중에서 등급판정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라 전체 6등급 중 1~3등급 안에 포함돼야 받을 수 있다. 보험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요양서비스 중심 운영으로 치료목적을 고려한 의료서비스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요양서비스, 전문 인력 등의 기관과 시설에 대한 질적 양성 및 보급체계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지역별 요양 서비스 전달체계 및 행정 업무에 대한 일관성도 부족하다.

여성들만의 일로 여겨지는 돌봄체계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모습으로 가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익요원을 일정기간 교육이수 후 요양보호사로서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방안과 장기적으로 노인이 노인을 케어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아파 봐야 아픈 사람의 마음도 헤아린다더니 어머니를 간병하다보니 나의 노후도 보이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독거노인도 보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옆에 있어서 외롭진 않으시다. 하지만 평생 놀아보지 못하고 남의 일로 모은 돈을 병원비로 쏟아붓는다고 생각하니 많이 억울해 하신다.

내 어머니를 통해서 볼 수 있었던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기도 하단다. 그러니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 지도 잘 모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좀 더 공론화하고 이슈화해서 늙어간다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편안하게 노후를 맞이 할 수 있었으면….

노인은 가족이나 사회의 짐이 아니라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노인도 가족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가 이제 시작되고 있음을 나만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은화 전 서귀포여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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