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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임태희 前 대통령실장의 '告白'
입력 : 2012. 05.29. 00:00:00
엊그제 뉴스채널 YTN의 '공감인터뷰'를 우연히 시청했다. 이날 주인공은 다름아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일등 공신인 나승연씨였다. 당시 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이었던 나씨는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으로 IOC 위원들에게 대한민국 평창을 뚜렷이 각인시키며 '더반의 여신(女神)'이란 별칭을 얻었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유치 뒷이야기와 자신만의 프레젠테이션 노하우도 털어놨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 위해선 하나의 메시지를 정하고, 청중에 대한 연구와 노력, 실전과 같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공감(共感)을 이끌어내어 소통(疏通)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의 성공 비결은 마음을 활짝 열어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의 능력을 키우는데 있었다. 말더듬이에다 혀 짧은 소리만 내던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명연설가가 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지도자가 된 것도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함께 국민과의 '공감과 소통'을 중시한 결과였다.

지난 26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소 충격적인 '고백(告白)'을 했다. "해당 부처에서 늘 보고했기 때문에 해군기지 문제는 외부세력이 와서 부추기는 줄 알았는데 잘못된 보고임을 깨달았다"며 "주민 설득 등 제반 절차가 생략된 것에 대해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마을공동체 파괴 및 인권(人權) 유린, 민주적·절차적 타당성을 잃은 채 해군기지가 진행되고 있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강동균 마을회장 등의 요청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왔다. 이를 요약하면 청와대를 비롯한 MB정부와 여당의 실세들이 국방부와 해군 등의 일방적인 보고에 놀아난 채 지금껏 '강정주민이 울부짖는 이유'조차 몰랐다는 뜻이다.

임 전 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출범 초부터 국민과의 '공감과 소통'을 누누이 강조했던 MB정권이었다. 그럼에도 해군기지와 관련 제주에서 벌어지는 실상(實狀)마저 제대로 몰랐다는 것은 직무유기 차원을 넘어 정부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

간담에서 임 전 실장은 "군사시설이 들어오면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큰 상처를 받아서야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비록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대통령에게 (사실을)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렇다. 아무리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국책사업이라도 주민의 이해와 납득,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해군기지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뿐이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본질은 정부 및 여권 일각에서 알고 있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즉 보상을 더 받기 위한 지역이기주의나 흠집내기용 정치공세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꼬일대로 꼬인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원인 등을 철저히 파악해야 제대로운 해법이 나온다. 이른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불기2556년 부처님 오신날, 우근민 제주지사는 "부처님의 공덕(功德)이 강정마을 주민들과도 함께 해 아픈 마음을 풀 수 있었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이날 역시 '공사정지'와 관련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그 속에 '공감과 소통'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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