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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노동,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입력 : 2012. 06.05. 00:00:00
박노해 시인의 '넌 나처럼 살지마라' 시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중략)// 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제 새끼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중략)// 당신이 잘못 산 게 아니잖아요/ 못 배웠어도, 힘이 없어도,/ 당신은 영원히 나의 하늘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 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이라는 단어만 봐도 콧날이 시큰해진다. 어스름이 내렸을 무렵 아빠의 어깨가 축 처진 퇴근길을 봤을 때 더욱 그러하다. 고왔던 엄마의 피부가 검어지고, 기미가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부모님이라는 단어가 절절히 느껴진다.

아빠의 어깨가 축 처진 퇴근길도, 엄마의 피부노화도 노동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노동이다. 그래서 노동환경이 중요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중요하다. 매슬로(미국의 심리학자 Abraham.H.Maslow)가 말한 욕구 5단계에서 최상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는 노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의 노동이 정당하게 평가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귀한 아들, 딸들의 부모님이신 농민회 삼촌들의 손을 보면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진다.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씻기지 않는 손톱에 흙, 내 손에 두 배는 될 것 같은 두터운 손, 그리고 고된 노동으로 충혈된 눈을 갖게 되었지만 고된 몸으로 생산한 농산물 값은 16년 전과 다름이 없다.

누구보다 땅과 가까이에, 누구보다 정직하게 살아가고 계신 삼촌네들인데 농산물 값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물가의 주범이라고 매도당한다. 글로벌시대에 개방농정으로 농업을 선진화하자는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몇 배씩이나 하는 나라 FTA를 맺어서 시름에 빠지게만 하고 있다. 미국과 FTA를 시작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과의 FTA협상 소식이 들려오니 한숨만 푹푹 쉴 수밖에 없는 삼촌네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노동자, 농민. 그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이 개방화, 자유주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귤만 개방하지 않으면 되지 하는 되지도 않는 미봉책으로 더 이상 삼촌네들을 벼랑으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

아마 세상에 어떤 부모님보다 '넌 나처럼 살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하고 계실 분들. 그 분들이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펴고 살아가라고" 말 할 수 있는 세상은, 자유주의 시대여서 반드시 FTA를 해야 한다는 세상이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넌 나처럼 살아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박지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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