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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안 640리를 가다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27)](6)구엄·중엄·신엄 조간대-(하)
주상절리·왕먹돌 해안 형성… 복원 도대불 자원화 부족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2. 06.25. 00:00:00

▲왼쪽은 왕먹돌 해안과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빚어내고 있는 애월읍 중엄리 주상절리. 오른쪽은 구엄리 도대불. /사진=강경민기자



자연동굴 바위틈 사이 '안무기물' 신비
새물 주변 주상절리 암반에 감탄사 절로
신엄· 구엄 도대불 어선 안전 선조 지혜
지난 1960년대 어촌 전기 공급 자취 감춰

지난 2일 탐사대가 구엄 조간대와 조하대 탐사를 마치고 중엄리로 접어들자 해안 절벽사이에서 용천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물'이라고 불리는 용천수다. 설촌기록에 따르면 새물은 중엄리 설촌 당시 식수원으로 사용했다. 지난 1930년 홍평식 구장이 겨울철 넘나드는 파도를 뚫고 이곳에서 식수를 길어오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알고 주민들과 힘을 합쳐 현재 방파제 중간 부문에 있는 암석을 깨고 방파제를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새물'주변은 현재 정비가 잘 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질이 악화돼 음용수 이용은 금지하고 있다.

'새물' 주변 해안 암반은 '주상절리'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주상절리는 화산폭발에 의해 분출된 용암이 바닷가로 흘러와 물과 만나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만들어진 육각형·사각형 형태의 돌기둥을 말한다. 서귀포시 중문동 지삿개 주상절리보다 규모는 작지만 오래 세월 거친파도를 온몸으로 받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해안암반들이 파도와 바람에 의해 곳곳이 잘려나가 있었다.

▲왕먹돌 해안절벽에 있는 동굴. 바위 틈새에서 용천수가 흘러나온다.

주상절리 풍경을 뒤로하고 새물을 지나 모퉁이를 돌자 둥그런 바위들로 이뤄진 신엄리 왕먹돌(둥그런바위돌)해안이 탐사대를 반겼다. 50㎝에서 1m 크기의 둥그런 바위돌들이 해안선을 따라 폭 70m로 200여m에 걸쳐 형성돼 있었다. 왕먹돌 사이 곳곳에는 밀물때 고기에 쫓겨 들어왔다가 썰물때 빠져나가지 못한 '멜'들이 전사(?)해 있었다. 조하대에는 톳을 비롯한 각종 해조류가 잘 자라고 있었다.

탐사를 동행한 강순석 자문위원(제주지질연구소장)은 "신엄리 해안의 해안절벽을 구성하는 암석은 현무암으로 한라산 상류부에 위치하고 있는 노꼬메 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이다. 암석은 장석을 비롯해 감람석과 휘석의 반정광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 왕먹돌은 오랜 세월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왕먹돌 해안절벽에 있는 동굴속 바위틈사이에서 용천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안무기물'이다. '안무기물'의 어원에 대해서 마을주민들도 알지 못했다. 동굴안에는 무속행위를 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이곳에 와서 종이컵에 향을 꽂고 촛불을 켜서 소원을 빈 것이다.

탐사대는 누군가의 그 소원이 모두 이루어졌기를 바라면서 동굴을 빠져나와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왕먹돌해안 입구로 돌아왔다. 이어 해안절벽위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신엄'도대불'이 신엄 포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중엄리 설촌 당시 주요 식수원이었던 새물.

제주의 도대불은 바닷고기의 기름이나 송진 등을 태워서 바다에 나간 어선들이 포구를 찾게 했던 등대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어촌에 전기가 공급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신엄 도대불도 1960년대 이전까지는 활용됐으나 이후 훼손,방치돼 오다가 지난 2009년 애월읍마을청년회에서 고증을 거쳐 복원을 했다. 신엄 도대불은 인근에 있는 구엄리 도대불 등 다른지역의 도대불과는 달리 포구가 아닌 해안절벽위에 위치해 있었다. 먼바다 조업에 나선 어선들의 안전을 생각한 선조들의 깊은 지혜가 엿보였다.

구엄리 도대불은 구엄포구 동쪽의 해안암반 위에 자리잡고 있다. 도대불이 축조되기 이전에는 나무를 세워 그 위에 잠망등을 달아 선창의 위치를 알리곤 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오고 있다. 구엄리 도대불은 1950년대에 상자형 도대불을 축조하고 상단에 철제탑을 세워 호롱불로 불을 밝혔다. 조업여부를 떠나 매일 불을 켰다가 새벽녘에 껐다고 한다. 지난 1973년 인근에 아세아 방송국이 개국한후 방송국 안테나의 불빛으로 선창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되자 더 이상 도대불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의 도대불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활발한 복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를 해양문화유산으로 자원화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해 점차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탐사대는 의문을 던졌다.

/특별취재팀=강시영·고대로·강경민·이효형기자

[전문가 리포트]"용천수 6개중 2곳 멸실· 고갈 아쉬워"

▲박원배 자문위원

제주도 용천수는 상수도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일상생활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또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매립되거나 훼손되고 있다.

지하수 이용량 증대와 용천수의 관리 부재, 수질악화 등으로 용천수가 지니고 있는 물문화는 물론 관심도까지 매우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엄조간대에서 구엄조간대 사이의 용천수는 6개소로 이중 2개소는 멸실되거나 고갈돼 현재 4개소만 남아있었다.

구엄리에서 신엄리 경계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새물은 1930년대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바다 쪽 방파제를 구축,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 만들었진 물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 피서객과 어린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근 추가적으로 정비했다.

노꼬물 또는 녹남물1·2는 한라산을 발원지로 한물이 노꼬메오름을 거쳐 신엄리 바닷가에서 솟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꼬물 1은 생활용수로 사용됐으며 평지보다 훨씬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병풍처럼 바위로 둘러싸여 있다. 집수 및 보호시설이 설치돼 있으나 용출량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안무기물은 신엄리 해안가에 분포하고 있는 용암경계형 용천수이다. 안무기에 대한 어원은 확실하지 않아 조사하고 있다. 용천수 특징은 자연동굴 안에 위치하고 썰물 때만 사용이 가능하며 동굴 주변에 양초들이 많아 신당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용천수를 사용하기 위한 집수시설이나 보호시설은 없으며, 여름철이면 목욕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본 탐사에서 용출량은 약 500톤/일으로 추정했다.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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