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제 어엿한 3선(選)의 중진의원으로 거듭난 K 국회의원. 초선 시절 어느 술자리에서 의정(議政)생활을 묻던 필자에게 그가 했던 말이다. "지금까지 여러 '직업'을 거쳤지만 그 중에서도 국회의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막강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장관이나 도지사처럼 책임질 일은 별로 없다"는 게 요지였다. 국회의원이 되면 무려 200가지의 '특권(特權)'이 따라 붙는다고 한다. 우선 기본급만 월 600여만원이 넘는다. 입법활동비 월 300여만원에 정근수당 및 명절휴가비도 연 1400여만원이다. 여기에 관리업무수당(월 58만원)과 정액급식비 등을 합하면 연봉이 1억 3000여만원에 달한다. 또 유류비와 차량유지비가 별도로 지급되고 항공기와 선박, 철도 등이 대부분 무료다. 7명의 보좌진에게 연 3억8000만원의 국고(國庫)가 지원되며 연 2회 이상 해외시찰이 보장된다. 국회의원 1인당 약 6억원 이상이 예산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만 6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월 120만원의 연금이 지급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월 120만원'은 일반 국민이 월 30만원씩 30년간 국민연금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해야 받는 액수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간 6·25 참전 유공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고작 12만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단지 '국회의원'이란 이유로 그 열 배가 넘는 평생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특혜(特惠)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국민들의 혈세(血稅)로 충당된다. 이쯤 되면 범국민적 지탄에도 이석기 등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끝까지 버티고, 운동권 출신 임수경 의원이 일갈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감히 개겨"라는 말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대다수가 국회의원을 욕하면서도 너나 없이 '금배지'를 달고 싶어하는 심정도 이제는 이해할 만하다. 최근 들어 여·야간 난데없는 '특권 내려놓기' 경쟁이 불붙었다 한다.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특권 폐지 행보에 민주통합당도 맞불을 놓은 것이다. 내용을 보면 ▷무노동 무임금 적용 ▷연금제도 폐지 및 손질 ▷불체포·면책특권 포기 혹은 남용 방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순서가 틀렸다. 정치권의 이번 액션은 '식물(植物)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따끔한 시선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게 시중의 평가다. 지난 5월 30일부터 제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됐지만 한달째 개원(開院)조차 못하고 있다. 말로만 민생(民生)을 부르짖을 뿐이지, 아직도 알짜 상임위원장 확보 등 주도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발표한 특권 포기도 향후 '위헌 소지'나 내부 논란 등의 이유로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그것은 지난 수십년간 정치권의 행태에서 숱하게 경험한 바다. 국민들은 지금 '일하는 국회'를 원한다. 돈이 좀 들면 어떠랴. 국민들을 위해서 생산적인 활동만 펼친다면 그쯤은 눈 감아줄 착한 백성들이다. 국회 문을 걸어 잠근 채 알량한 사탕발림식 쇄신책을 내놓는다고 거기에 속을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라는 자조(自嘲) 섞인 말이 제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