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제주도 새 생태, 10년간의 기록
김은미·강창완 부부의 '제주 탐조일기'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2. 07.06. 00:00:00
태풍을 타고 온 미기록종 큰군함조와 계절이 바뀌어도 제주도를 떠나지 않던 황새, 제주도를 이동경로로 사용하는 흑두루미, 마라도의 희귀새들, 생태가 베일에 싸인 팔색조, 여름에 나타난 겨울철새 흑고니, 제주도에 정착한 지 10년이 된 독수리, 제주도에서 번식한 물꿩과 붉은부리찌르레기, 눈 속의 저어새, 한라산 정상에서 번식한 힝등새, 94년 만에 우리나라에 온 큰제비갈매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생태기록이 완성됐다.

새가 맺어준 인연으로 새와 함께 살아가는 제주 토박이 부부가 꼼꼼하고 끈질기게 탐조일기를 써냈다. 새 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뛰쳐나간다는 남편 강창완과 꼬박꼬박 관찰한 내용을 기록한다는 아내 김은미가 우리나라 조류학 특종을 보고서와 사진으로 펴낸 제주 탐조일기는 새들의 생태 일기이자 에세이다.

아내 김은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다가 문득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찾아서 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던 교수님의 조언이 떠올라 생물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자연을 벗 삼아 돌아다니며 동물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편 강창완은 한국조류보호협회에서 구조단장으로 일하면서 새를 공부했다. 지식과 경험이 없다보니 치료 과정에서 새가 약물 과다로 죽기도 하고, 먹이를 잘못 먹여 죽기도 하자 죄책감이 들어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안방을 새에게 내주고, 새보다 초라한 밥상을 마주하는 일이 일쑤지만 다치거나 지친 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미기록종 큰군함조를 구조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2년간 황새의 생활상을 지켜보는 그들의 이야기는 새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열정으로 인간과 새가 함께 어울려 사는 행복한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조류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보통으로 소문난 부부의 집과 차는 새똥으로 어지러워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즐기며 사는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희귀 새들의 뜨거운 체온을 가슴에 품고 제주를 누비는 그들의 삶 그 자체가 풍광이다.

책 속에는 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탐조여행과 탐조에 필요한 정보도 들어 있다. 계절별 특성을 지닌 주요 탐조지와 제주도에서 찾아볼 만한 새 등 특별 보너스도 수록했다. 자연과생태. 1만4000원.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