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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개혁은 의식 개혁이자 법 개혁
'서초동 0.917-빙산을 부수다, 사법 개혁'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2. 07.13. 00:00:00
사법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사법에는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 변호사, 경찰까지 포함된다. 민주적 정부 이후에는 정부와 국회의 구성에 국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사법은 임명된 권력이라서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법원은 형사재판에 대한 국민참여를 확대하고 있고, 검찰도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해 검찰권 행사에 국민이 직접 참여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질적인 전관예우를 근절시키기 위한 변호사법 개정도 이뤄졌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경찰수사권을 보장하는 검경수사권 조정도 일단락됐다.

그러나 사법 개혁의 요구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법관 인사 문제가 제기되면 법원행정처가 뭇매를 맞고,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가 문제가 되면 대검중수부가 도마에 오르는 식으로 이슈 중심의 개혁 논의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법원이 제 기능을 하고, 검찰이 원래 기획한 대로 운영되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집필진인 현직 법학교수 4인은 사법 개혁이야말로 의식 개혁이자 법 개혁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그만큼 저자들이 사법 개혁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실질적이고 풍부하며 생생하기까지 하다.

법원 개혁으로 제시하는 것은 판사가 법원행정처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관료화된 인사 시스템 내부에서 끊임없이 통계와 평정에 신경 쓰면서 양심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1심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고, 모호한 구속·불구속의 기준을 정립하며, 집중 심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펼친다.

검찰 개혁으로는 중수부 문제를 우선 내세운다. 지금까지 낡은 수사 관행과 정치검찰의 상징처럼 인식돼 온 중수부 대신 서울중앙지검 등에 이미 설치돼 있는 특별범죄수사본부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행정부의 간섭을 배제해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검찰시민위원회를 법률로 제도화해 민주화를 이루고,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경찰 개혁으로는 수사 과정이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사법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또한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은 인사·조직 면에서 분리하고, 과거 권위주의 시대 사찰 기능이라 할 수 있는 민심동향에 관한 정보 수집 활동을 그만 둬야 하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치경찰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희균·노명선·오경식·정승환 지음. 책과함께.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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