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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현경숙 세계자연유산 해설사
"제2의 고향에서 맘껏 꿈을 펼쳐요"
2005년 선흘 정착 "탐방땐 손님 마음으로 예의 갖춰야"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2. 07.13. 00:00:00

▲현경숙 세계자연유산 해설사는 거문오름 탐방땐 손님의 마음으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강희만기자

"거문오름에 들어가기 전 탐방객들에게 항상 한가지 질문을 해요. 거문오름의 주인은 누구일까요라고. 거문오름 주인은 이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잖아요. 그래서 부탁드리죠. 들어갈때는 손님의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자고."

'2012 세계자연유산 제주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이 열리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거문오름은 지금 한창 트레킹 탐방객 맞이로 분주하다.

이곳에는 거문오름과 함께 찾아오는 손님을 따스히 맞아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거문오름의 가치를 알리며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거문오름 안내자 세계자연유산 해설사들이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개막 첫날인 지난 8일 현장에서 해설사 현경숙(54·조천읍 선흘2리)씨를 만났다. 현씨는 2009년 세계자연유산해설사 교육을 이수받고 3년째 거문오름에서 탐방 손님들의 안내를 맡고 있다. 원래 함덕이 고향인 현씨는 2005년 선흘2리에 새로운 터전을 일궜다.

"식물과 산을 좋아하는 남편과 저를 위해, 또 50여년을 바다에서 살아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싶은 호기심에 '새 집'찾기에 나서던 중 선흘2리 선인동 마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너무 예뻐서 그냥 정착했지요."

선흘리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을 매일같이 접할 수 있는 해설사 일도 하게 됐다는 현씨는 올해 마을부녀회장을 맡으며 제2의 고향에 확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녀에게 선흘2리와 거문오름은 꿈을 펼치게 해 준 소중한 제2의 고향인 셈이다.

현씨는 지난 3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안내를 맡으며 겪은 에피소드도 한아름이다.

그녀는 황당했지만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줬던 한 탐방객 이야기를 꺼냈다.

"엊그제 서울에서 젊은 여성 한분이 혼자 왔었어요. 분화구를 한바퀴 돌고 나올 무렵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제가 거문오름 자체, 모든 생명체가 나에게 해설을 하고 나는 그때그때 그들이 들려주는 해설을 여러분에게 전달해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더니 손수건까지 꺼내 눈물을 닦더군요. 거문오름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주인이라고 말하면 가끔 이렇게 떨림을 받는 분들이 있어요."

거창한 해설보다는 '자연과의 교감'이 최고의 명해설이라는 현씨는 "거문오름에 들어갈때는 첫째도 예의, 둘째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 새들에게 피해 안가게 조용히 걷고, 나무의 뿌리도 조심히 밟는 것이 손님인 우리가 주인인 거문오름을 대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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