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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뜻하는 한자 도(道)는 쉬엄쉬엄 갈 착()과 머리 수(首)로 이루어진 말이다. 인생살이와 같이 먼 길을 가는 일은 쉼없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가다 힘들면 쉬고 때로는 가던 길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몇 년 새 온나라에 여러가지 길이 만들어지며 선풍적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 제주 올레길은 가장 이름이 알려졌으며 매해 수만명이 찾는 대표적 관광상품이 됐다. 전국 어디든 자동차로 쌩쌩 달려 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찻길에 비하면 길도 아닌 올레길을 사람들은 애써 찾는다. 제주를 대표하는 올레길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데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만이 아닌 가장 원초적 활동인 걷는 과정에서 치유와 평화, 자연에 대한 사랑, 성찰과 희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라는 사회특성이 만들어낸 경쟁과 속도, 공동체 붕괴, 낙오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치유하고 평화와 행복을 찾으려는 갈망이 올레길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올레길을 놓고 요즘 논란이 일고 있다. 올레길을 찾았던 한 여성이 범죄대상이 돼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면서 올레길 안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한편에서는 올레길 폐쇄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 올레길에서 일어난 사건은 안식과 평화를 바라며 먼 길을 찾아온 한 여성에게 폭력으로 생명을 빼앗았다는 데 더 큰 안타까움과 충격을 남긴다. 올레길 여성 피살사건이 일어나자 올레길 안전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대책마련 요구가 높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가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제주도는 범도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한다거나 경찰을 배치하자는 방안이 나오면서 올레길 취지와 현실을 생각하지 않은 즉흥적이고 비현실적 대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폐쇄회로텔레비전이 범죄를 일부 억제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치유책은 못된다. 얼마전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성범죄는 2만811건으로 2008년에 비해 19%나 늘어났다. 찾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먼 길을 쉬엄쉬엄 가는 지혜를 안겨주는 올레길이 주는 가장 중요한 가치와 목적이 즉흥적이면서도 관리위주 대책으로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 올레길은 수백만명이 찾아와서 경쟁하듯이 걷고 소비하고 가버리는 관광지가 아닌 단 몇이라도 지친 마음과 몸을 추스르고 이웃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연대, 자연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이에 걸맞는 대책을 찾는 기회가 돼야 한다. 대통령부터 도지사까지 화들짝 대책마련에 나서는 모습도 그리 미덥지는 않다. 국민 생명과 관련된 일이고 올레가 인기있는 관광상품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먼저 나왔어야 할 용산참사 희생자와 고통받는 가족들, 20명 넘게 자살이라는 슬픈 죽음을 이어가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몇 년째 한을 품고 살아가는 강정마을 주민들, 우리사회 곳곳에서 고통받는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해결책이 없음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범죄는 개인이 저지르지만 범죄자는 사회가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다. 멀고 힘든 일이지만 우리사회 소외와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무한 경쟁과 양극화가 만들어낸 사회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에 힘쓰는 것이 범죄자를 감시카메라로 통제하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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