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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안 640리를 가다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30)](9)옹포리
일본, 2차대전때 옹포천 이용 공장 만들어 관동군 지원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2. 08.01. 00:00:00

▲제주시 한림읍 한림리와 옹포리를 연결하는 해안도로 개설 후 옹포천 하부 조간대(사진 왼쪽)는 쓸모없는 곳으로 전락했다. 해안도로 옆 조하대(사진 오른쪽)는 집중호우시 옹포천을 따라 유입된 토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옹포천 하부 해안도로 개설 후 조간대 육상화 진행중
조하대 토사로 인해 피해 발생… 어족 자원 황폐화도
걸바당, 옹포조간대가 바다 아닌 육상이었음을 알려줘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조간대는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고 빼어난 경관과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탐사대는 지난 8일과 15일 옹포리 조간대를 찾았다. 한림리와 옹포리의 경계지점 조간대 상부에는 옹포천이 자리잡고 있다. 제주시 서부지역 최대의 용천수를 자랑하는 옹포천은 누운오름 남사면이 발원지이다.

북제주군지 등에 따르면 옹포천은 1909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인들이 공업용수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24년 일본인 죽중신태랑(竹中新太郞)이 옹포천을 공업용수로 이용하는 통조림 공장을 설립, 2차대전시 관동군 지원 군수용 통조림을 생산·공급했다고 한다. 8·15해방 이후 통조림 공장은 대동식품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통조림 공장외에도 많은 공업시설들이 옹포천 주변에 들어서 옹포천 조간대 주변은 해방 전후 공업지대의 요람이었다. 현재 옹포천 하구에는 '한라산' 소주 공장이 자리를 잡아 그 옛날 화려했던 공업지대의 번영을 회상하고 있다.

하지만 담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옹포천 하부 조간대에 해안도로가 개설된 후 쓸모 없는 곳으로 전락했다. 한림항 서쪽 매립지와 옹포리를 연결해 주는 해안도로 중간지점에는 옹포천 하부 조간대와 바다를 연결하는 작은 물길 통로를 만들었다.

▲한·일합방 이후 일본인들이 공업용으로 이용했던 옹포천 옆에는 한일소주 공장이 들어서 있다.

해안도로 개설 후 옹포천 하부 조간대는 물의 흐름이 원할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고, 집중호우시 육상에서 내려온 토사 등이 쌓이면서 옹포천 하부 조간대는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탐사를 동행한 제주해양수산연수원 현재민 연구사는 "옹포천 하부 조간대는 현재 토사 등의 영향으로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 상태로 방치하는 것보다 차라리 매립해 활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주문했다.

해안도로 아래 조하대도 육상에서 내려온 토사로 피해를 입고 있다. 탐사대가 수중 탐사를 진행한 결과 방파재형 해안도로에서 바깥쪽으로 50m 지점까지는 해조류의 생육상태가 양호했으나, 해조류마다 미세한 토사가 가득 쌓여 있고 바닷속 바위구멍 속에는 토사가 가득차 있었다. 50m 지점 이후부터는 갯녹음이 진행돼 있었다.

▲해안도로 옆 조하대에서 생육하고 있는 해조류에는 토사가 가득 덮여 있다. /사진=조성익 자문위원

수중 탐사를 마치고 나오자 빌레조간대에 있는 자그마만 원담에서는 한 주민이 부지런히 멜을 잡고 있었다. 30분 정도 잡았다는 양동이 안에는 멜이 가득차 있었다.

옹포천 하부 조간대 탐사와 수중탐사를 마친 후 탐사대는 거북등처럼 갈라진 평평한 용암이 펼쳐진 빌레조간대로 향했다.

이 곳 조간대 지형은 완만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해안지형의 형성은 점성이 낮아 잘 흐르는 성질을 가진 '파호에호에' 용암 때문이다.

강순석 자문위원(지질연구소장)은 "제주도 암반 해안선 앞으로 이어지는 연안 지역의 바닷속에는 용암류가 흘러간 모습 그대로 빌레와 같은 암반이 바닷속으로 경사를 갖고 연결돼 있는 곳이 많은데, 이곳 빌레용암과 같은 암반이 바닷속으로 완만한 경사로 연결된 곳을 걸바당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투물러스 구조를 갖고 있는 옹포조간대.

강 자문위원은 "걸바당은 제주의 연안 바닷속의 지형과 지질 환경을 가리켜주는 말로, 빌레용암류가 바닷속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은 현재 제주의 해안선이 당시에는 바다가 아니라 육상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옹포빌레 조간대처럼 파호에호에 용암류로 구성돼 있으며 투물러스(tumulus)의 구조를 갖고 있는 빌레해안형태는 한경면과 대정읍, 안덕면 사계리까지 매우 폭 넓게 분포하고 있다.

/특별취재반=강시영·고대로·강경민·이효형기자

'투물러스'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해안은 투물러스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옹포 마을해안에 개설된 해안도로는 옹포마을해안에 있는 '고상이빌레'를 부숴 만들어졌다. 다리형태로 축조된 이 해안도로는 바다를 가로질러 만들었기 때문에 해안선에 분포하고 있던 암반을 제거했다.

이 곳 해안에는 낮은 높이의 투물러스(tumulus)가 해안선의 암반 조간대를 이루며 넓게 분포돼 있다. 제주도 서부지역에서 파호에호에(Pahoehoe) 용암류에 나타나는 빌레용암과 투물러스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투물러스란 내부에 있는 유체의 용암과 굳어진 용암 표면의 압력차에 의해 발생하며, 부풀어 오른 언덕 모양을 갖는 용암류의 표면 형태를 말한다.

제주자치도에서 광해악 현무암이라고 하는 파호에호에 용암류는 일명 빌레용암이라고 하며 제주도 서부지역 대부분의 해안선을 덮고 있다.

이 곳 옹포에서부터 한경면, 대정읍과 안덕면 사계리까지 매우 폭 넓은 분포범위를 갖는 용암류이다. 파호에호용암은 점성이 낮은(묽은) 데다 고온으로 식지 않고 오래 흐르기 때문에 넓은 지역에 표면이 평탄한 암석을 만든다. <강순석 자문위원·제주지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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