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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하논. 큰 논(大畓)이란 의미의 '한 논'에서 그 지명이 유래됐다 한다. 용천수가 풍부해 대략 500년 전부터 벼농사를 짓는 논과 밭 등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던 하논이 실상은 기후·지질·식생 등 고(古)환경 정보가 축적되어 있는 '생태계의 타임캡슐'로 알려진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 하논은 장축 1.8㎞, 단축 1.3㎞, 1백여만㎡의 공간을 갖고 있는 타원형 화산체(火山體)로 밝혀졌다. 대표적인 마르(Maar·한번의 폭발로 생긴)형 분화구로 국내 최대 규모다. 분화구 내부엔 이중 분출에 의한 4개의 원추형 화산체가 솟아 있어 독특하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하논은 동북아 빙하기(氷河期) 이후 5만년 이상의 고기후와 고생물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마코호니엔코(폴란드) 박사는 "하논분화구의 경우 생태학적 관점에서 제주도는 물론 동북아의 자연유산 역사를 위한 완벽한 기록보관소"라 평하기도 했다. 이같은 가치로 인해 하논분화구를 복원하려는 시도는 그간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위원장 문정인) 제주특위가 의욕을 갖고 하논분화구 복원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결국 유야무야로 끝났다. 또 서귀포시가 2007년 사업비 750억원을 들여 분화구 지형 및 식생 복원, 마르박물관 등을 조성하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했지만 국고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흐지부지됐다. 문화재지구로 지정하려던 노력 역시 토지주들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은 것은 '하논'이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제주형 의제(議題)로 채택되면서. 이달 3일엔 '하논분화구 복원 범국민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서영배 서울대 교수·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가 발족됐다. 전국 각계인사 570여명으로 구성된 범국민추진위는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기 위한 불을 지핌과 동시에 여론 확산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하논의 숨겨진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관심은 지극히 낮거나 소극적이다. 또한 하논이 WCC를 통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점에서 범국민추진위 서영배 위원장의 지적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 회장이기도 한 서 위원장은 "하논이 WCC 의제로 채택된 것은 논의한다는 것이지,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결정된 것은 아니"라며 "제주총회에서 권고안이나 결의안 등의 결과물이 나와야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논분화구 복원은 아주 가치있는 사업임은 분명하지만 전 지구적(地球的) 관심을 끌어내기엔 다소 부족한 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WCC 기간동안 하논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이 사업의 중요성을 참석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자치도와 범국민추진위의 활동도 우선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오늘은 삼복의 끝자락인 말복(末伏)이자,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다. 이제 한달 안으로 다가온 제주WCC가 알찬 결실을 맺어 '하논분화구 복원'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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