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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이 시대, 자식을 둔 모든 아버지들께 보냅니다
입력 : 2012. 08.21. 00:00:00
아버지,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는지요? 요즘 따라 참 힘들어 보이세요. 세상의 모든 짐을 이고 있는 듯한 얼굴빛으로 집으로 돌아오셨죠. 하루 동안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많은 힘드셨겠죠.

어제 퇴근해 집에 들어와 저를 스쳐가면서 이런 말을 하셨죠. "꼭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서 당신들처럼 고생하며 살지 마라. 딴 짓할 생각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가져라."

그 말에 저는 저도 모르게 화를 내고 말았어요.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면서 왜 자꾸 당신의 생각을 강요하시냐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죠.

방에 들어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후회가 되더군요. 아들이 당신처럼 힘든 일을 하지 말고 편안한 직장에 다니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어제 저에게 하신 잔소리 아닌 잔소리에 화가 났던 건, 아들에게 당당한 모습만 보여주던 당신의 넓고 높은 어깨가 처음으로 한없이 좁고 낮아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풍파가 부딪혀도 쓰러지지 않을 것만 같던 당신이 조금씩 버티기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 순간 그 말씀이 저에겐 그냥 남들 사는 대로, 세상에 타협하면서 살라는 말로 들렸어요.

아버지, 저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남들 따라 공무원이 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저만의 꿈이 있어요. 제 길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공무원이 된다면 별다른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살 수는 있겠죠. 그런데 아버지, 저는 안정지향적인 삶도 좋지만 롤러코스터처럼 불안한 삶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식이 공무원 되길 바라는 건 비단 아버지만의 생각이 아니죠. 친구, 선후배, 부모님들 역시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더군요. 절반에 가까운 41.2%의 어른들이 자녀의 직장이 공공 분야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2007년 12월 11일 전경련 발표, '기업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보고서')

혹시 기억나세요? 제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일어섰을 때. 두발을 딛고 스스로 걸어보려고 일어섰다가 넘어져 세상이 떠나갈 듯 서럽게 울었던 그때. 어린 시절 당신은 제가 걸음마를 떼다 휘청일 때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셨죠. 아마 당신께선 저한테 말씀하셨다죠. "괜찮아, 울지 마."

아버지, 저에겐 이제 아버지가 튼튼하게 쳐주셨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첫걸음마를 떼야할 때가 다가오네요.

아버지, 이제는 손을 내밀지 않아도 돼요. 이번에는 마음껏 넘어져서 서럽게 울어보고 싶어요. 제가 힘들어 할 때면 제가 첫걸음마를 떼다 넘어졌을 때 해주셨던 그때처럼 그 한마디만 해주세요. "괜찮아,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저는 물결 따라 흘러가는 물 위의 나뭇잎이 되기보다는 물살에 깎일지언정 돌이 되고 싶어요. 강물의 돌은 거친 물살에 제 살이 깎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지만 결국 아름다운 돌이 되잖아요.

믿어주세요. 이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더 의미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찾은 그 일을 청춘을 아니, 일생동안 하고 싶어요.

그 꿈을 이루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 하는 아들이 잘사는 모습, 행복한 모습 꼭 보여드릴게요. 사랑합니다.

<김명지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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