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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海軍)기지와 관련 논란이 한창 거셀 때였다. 제주자치도의 한 고위공무원은 신문기고를 통해 '명칭'을 제대로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법규상 이름이 있는데 왜 '제주해군기지'로만 부르고 쓰느냐는 항변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먼저 정부의 책임을 들었다. 중앙언론과 정치권이 줄곧 제주해군기지라고 떠들어대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심지어 현재 사업추진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마저 '해군기지제주사업단'이란 명칭(名稱)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해군기지'에만 쏠리다 보니 행정이 민·군복합항 건설을 위해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쉽지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해군기지만이 아닌, 민·군복합항 건설을 위한 제주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법에 주어진 명칭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서 비롯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공무원의 '충정(衷情)'은 우근민 지사의 한마디 발언에 무색해져 버렸다. 지난 21일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서 '무늬만 관광미항'이란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우 지사는 이날 의원들의 집중 추궁에 "민군복합항엔 크루즈와 예인선 등 지원선박만 입·출항할 수 있고 일반 선박은 안된다"고 답변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군항보다 민항을 앞세웠던 '민(民)·군(軍)복합형 관광미항'은 애초부터 '명분(名分)'에 불과했음을 인정한 꼴이다. 해군기지 논란의 와중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15만톤급 크루즈는 언제, 몇 척이 방문할지 모른다. 크루즈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모든 민간선박의 출입이 통제되는데 과연 이것을 '민·군복합항'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은 당연한 문제 제기다. 제주도가 목을 매달고 있는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 동시 입·출항에 대한 '시뮬레이션 검증' 또한 사실상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수순(手順)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민·군복합 관광미항은 이름만 그럴싸한 껍데기일 뿐 '군사기지'로 방점을 찍은 게 명백해 보인다. 이는 중앙 정부나 제주도정이 그동안 도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해 왔다는 것으로 아주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다. 따라서 도가 속도를 내고 있는 시뮬레이션 검증만으론 사태 해결은 커녕 일이 더욱 꼬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장은 해군기지 문제의 해법으로 국회가 의결한 '민·군복합형 기항지(寄港地)'를 제시하고 나섰다. 정부가 공사를 먼저 중단하고 솔직하게 대화에 나설 것과 무역항 지정 및 관제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도 아울러 촉구했다. 물론 이 역시 현실성 있는 해법(解法)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제주도가 검토해 볼 내용이다. 하루빨리 종지부(終止符)를 찍어야 하겠다는 조급증으론 해군기지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특히 본말(本末)이 전도된 현 상황 하에선 더 큰 반발과 갈등만 불러 일으킬 소지가 크다. 우근민 지사는 제주의 미래와 함께 도민들의 자존도 지켜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설혹 현재의 판단이 옳다고 여기더라도 정녕 역사에 반(反)하는 일은 없는지 다시 한번 냉정하게 성찰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단언(斷言)컨대 10년을 채 못넘겨 '해군기지'에 대한 평가는 내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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