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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말뿐인 제주4·3 문화재 지정
입력 : 2012. 09.18. 00:00:00
밖을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더웠던 지난 8월, 나는 UCC를 만들기 위해서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제주4·3을 주제로 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4·3 유적지를 돌아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 차를 가지고 돌아다니겠다고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인 즉슨 유적지의 위치를 알아냈지만 실제로 그 곳을 찾아가는 게 힘들었던 탓이다.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아도 상세한 위치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내비게이션과 어플리케이션의 존재도 무의미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걸어 다녔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4·3 유적지 중 우리가 갔던 지역은 송악산, 동광리였다. 송악산의 경우는 일제 진지동굴이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가 가고자 했던 곳은 섯알오름 학살터였다. 막상 그곳을 가려고 하니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송악산에 있는 안내 표지판 뿐이었다. 막상 섯알오름을 지나면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스마트폰에 의지해 위치를 찾아나갔지만 그마저도 헷갈렸고 갈림길에서 알뜨르 비행장 쪽으로 길을 잘못 들기도 했다. 알뜨르로 가던 우리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껴 가던 길을 되돌려 올레 코스를 따라서 들어 가보니 그 곳에 학살터가 존재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4·3 유적지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동광리에는 헛묘, 사라진 마을 무등이왓이 있다. 이 두 곳 모두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심지어 지도 어플리케이션에도 나오지 않아서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 흔한 표지판 하나 없어 동광 육거리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무등이왓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심지어는 무등이왓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겨우 찾아간 무등이왓은 입구에 비석 하나만이 존재할뿐 마을 내부에는 어떠한 표시도 없었다. 단지 '이곳이 과거에 불타버린 집터이고 올레구나'하고 미루어 짐작해 볼 따름이었다.

헛묘의 경우는 조금 더 심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과 네비게이션은 더 이상 믿을만한 것들이 아니었고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 주소만 간신히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검색해 찾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그 주소지를 찾아가도 헛묘는 보이지 않고 길과 밭만이 덩그러니 존재했다. 헛묘는 한 개인의 밭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밭을 지나 깊숙이 들어가니 모습을 보인 헛묘에는 큰 비석도 세워져 있었고 위치도 정확히 적혀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가기 힘든 헛묘까지 과연 몇명이나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는 4·3 공원, 4·3 행사들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4·3에 대해서 깨우치게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이 알려진 곳들을 제외한 다른 곳들은 이러한 환경에 처해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면 유적지로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오현민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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