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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여성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입력 : 2012. 09.25. 00:00:00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하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본성, 성격,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제쳐 두고 우선은 살고 봐야 하니까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시간을 잊고 살다보니 나 자신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시댁식구 모두를 껴안고 가야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우리 여성들이 중년이 돼서야 뒤늦게 자기애를 자각하게 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터다.

결혼한 여성이 가사와 양육, 어른 모시기 등 이중노동으로 휴식이나 여가를 즐길 시간이 현저히 부족해지면서 건강 수준이나 삶의 질이 떨어지다보니 각종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우울증으로 오는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보다 가족들이 기대하는 행동을 해야 하고 시댁에서 기대하는 것까지 응해야 하는 여성들의 중압감은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한 느낌으로 절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고생을 버티고 가족을 보살피고 나니 세월은 흘렀고,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자각. 자신감이 사라지고 무가치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들이 특정 개인의 의지가 나약해서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의지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아직 우리사회의 제도나 관습, 사회인식이 많이 후퇴한 상태라고 보아진다.

여성을 사회적 개인으로 보지 않고 가족의 일원으로만 보면서 가족을 돌봐야 될 주체로만 인식하게 하는 여러 가지의 문제들이 있다고 본다. 현행 민법상 가족은 '배우자, 직계혈족 및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가족으로 한다'고 정의돼 있다. 건강가족 지원법상 가족이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인 가족 규정은 실제 현실 속에서의 가족을 다 설명해 주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족의 개념을 이젠 좀 더 확대하고 재해석해야 할 때가 됐다. 우리사회에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존재한다. 미혼모, 이혼해서 사는 가족 등 더 이상 결손가정이란 잣대로 고립시키지 말아야 할 가족들이 많다는 뜻이다.

결혼해서 살아도 여전히 인간은 독립된 주체이어야 한다. 경제적 독립, 정서적 연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할 가족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한다면 여성들에겐 가족은 굴레일 수밖에 없다. 자기 욕구에 솔직하면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찾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살아야 한다. 지치고 힘들어서 위로받고 싶을 때 오랫동안 나를 아끼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나를 토닥거리며 살아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공간이 가족이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 혈연관계이든 그렇지 않은 관계이든 가족이란 이름은 최소한의 공동체여야 한다. 서로 친밀함을 가지고 함께 생활을 꾸려나가는 관계, 정신적으로 서로 의지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서로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됐을 때 이상적인 가족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홀로 외롭게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가족을 이루어서 살려면 서로 관계 맺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각자 다른 만큼 함께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다양함을 인식하고 사회도 나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은화 전 서귀포여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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