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만나고 싶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열혈 봉사꾼 송금순씨
"도움 필요하면 열일 제치고 달려가요"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2. 09.28. 00:00:00

▲13년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송금순씨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거의 매일 현장을 찾아간다. 그를 두고 주변에서 철인이라 부를 정도다. /사진=강경민기자

청솔 활동 중 자원봉사 매력에 빠져
추석 앞둬 소외계층 돌아보느라 분주

2007년 9월, 태풍 '나리'가 제주를 강타했을 때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제주시 한라체육관 옆을 흐르는 병문천이 범람한 것도 처음이었다. 하천 인근 주택에 살던 송금순(59)씨네 집의 베란다 창문이 깨지고, 하천 옆에 주차해뒀던 차량 2대도 수마에 휩쓸렸다. 이쯤되면 제 한 몸 추스리기에 정신이 없을 법도 하건만 송씨는 '오더'를 받고 즉각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우리집 차야 이미 폐차해야 할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침수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으니까요."

2000년 1월부터 제주적십자사 청솔봉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송씨는 열혈 봉사꾼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청솔봉사회는 기존 회원이 질병이나 고령으로 탈퇴해 자리가 비어야만 가입할 수 있을 만큼 문턱도 높다. 가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그만큼 철저하게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적십자사로부터 어떤 '오더'가 떨어져도 1시간 안에 최소 25명은 모일 만큼 결속력이 뛰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단체의 수석부회장을 맡아서인지 그는 남다른 책임감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그동안 나서기도 꺼렸고, 성과에 연연하지도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올해는 봉사 마일리지 9000시간을 돌파했으며, 활동을 시작한 지 14년차가 되는 내년에 1만시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통상 20년 이상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남다른 그의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온종일 봉사활동을 해도 하루 최장 8시간만 적용되고, 자연재해가 아니면 봉사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거의 매일 봉사활동을 펼친 셈이다. 다른 회원들이 그를 보면 철인이라고 부를 정도다. "봉사활동을 하려면 정신도 투철해야 하지만 몸이 우선 건강해야 돼요. 25년간 운동을 쉬지 않고 해온 것이 원천이 됐습니다." 결연을 맺은 독거노인들을 위해 노인건강체조를 배우고, 시설에 찾아가 보여주기 위해 사물놀이와 난타공연을 배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다니는 절에도 봉사단체를 만들어 10년째 적십자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또 다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행정에서 지정하는 수급자 등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 스스로 주변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과 아동, 장애인,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을 찾아 도움을 주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서는 더 바빠졌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밑반찬과 생필품을 챙겨야 했고,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을 초청해 차례상차리기를 알려줘야 했다. 결연을 맺은 독거노인들에게는 매일 전화를 걸어 "밤새 안녕하신지"도 여쭤야 한다.

그의 삶에서 1순위는 봉사다. "개인 모임과 봉사시간이 겹치면 모임에 빠지고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봉사정신입니다.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지금의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더 크답니다. 감기 이외의 병은 앓아본 적도 없고, 갱년기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외로움과 우울증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