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은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점차 예전 것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강산이 변하는 무게를 견디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자주 거닐던 길가도, 이따금씩 들렸던 동네 슈퍼, 이웃집 사람들마저도 조금씩 세월의 무게에 흔들려 기억 속으로 잊혀지고 있다. 그 만큼 예전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 옛 기억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더 각별해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아쉬움 때문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지금 제주도의 모습도 예외 없이 달라지고 있다. 높아지고 있는 건물들, 아래로 새롭게 들어서는 상가와 아파트들이 제주의 옛 모습을 지운다. 예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들의 흔적들이 깨끗이 말소되어 버린지 오래고, 잘 정돈된 새 것만이 남아있다. 제주 고유의 사투리, 제주만의 전통과 문화도 조금씩 잊혀지고 있는 시대다. 지금까지도 예전 모습을 지키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제주도 땅 위에 살아가면서 제주다운 것을 느끼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래간만에 전통재래시장을 찾아갔다. 발길이 머문 곳은 제주시 이도동에 위치한 동문재래시장. 녹슨 간판을 내려 새로 단장하고 지붕을 세우는 등 외관은 많이 달라졌지만 시장 상인들이 수년간 넘게 지킨 자리는 여전했다. 정류장 옆 골목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호떡 포차들, 푸짐하게 올려 진 삶은 순대와 돼지고기, 싱싱한 생선들이 진열된 수산물 거리. 추석이 지나서 사람들의 발걸음은 많지 않았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시장 아주머니들의 쾌활한 목소리가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구수한 사투리, 서로 오고가는 말 속엔 정이 묻어났다. 다른 어디서 이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을까. 여기서는 흔한 광경이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잊혀져가는 추억이 되고 만다. 제주도 사투리도, 즐겁게 붙이던 흥정과 몇개 더 얹어주던 덤도 이젠 재래시장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견고히 쌓아온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이곳을 지킨 사람들의 문화는 주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시장 사람들과 지역주민들은 현대 사회의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이웃의 관계로 살아가고 있다. 혼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보단, 다른 사람들을 이웃이라 생각하고 배려하는 소상인들. 친절한 시장 사람들에 즐거운 마음으로 시장 보고 가는 사람들. 작은 공동체의 사람들이 재래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제주도의 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때의 모습은 달라졌어도,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오소진 제주대학교 전자공학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