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화역사의 보물섬
제주문화원의 '제주신화집' 한·영·일어판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2. 10.19. 00:00:00
"제주도의 신화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데도 외국어로 제대로 정리된 자료가 없어 아쉽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제주도를 방문해 강연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1만8000신이 있다고 할 만큼 제주도는 수많은 신화전설의 고장이지만 세계가 공인한 자연에 비해 그 문화적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고유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제주신화집' 한국어판과 일본어판, 영어판이 한꺼번에 나왔다.

제주사람들은 예부터 수많은 신화전설이 깃든 한라산을 성소(聖所)로 여기며 살아왔다. 제주도를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을 비롯해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 생명의 신 삼승할망 이야기 등 1만8000신들의 이야기에는 제주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그 모든 신의 영역을 숭고하고 경이롭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외부인들이 더 실감하듯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최근 들어 제주도의 신화문화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2009년에는 제주의 영등신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본풀이가 '한풀이'로서 '역사적 해원'의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제주신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 속에는 제주인의 상상력과 문화, 제주사회의 내재적인 규율과 법칙, 가치체계를 내포하고 있다. 신화를 향유하는 신앙민 집단의 미의식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한때 '당오백 절오백'이라는 표현으로 훼철됐던 제주의 무속신화가 연극과 무용, 그림과 조각 등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고 각종 문화컨텐츠로 활용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1만8000신들이 존재하는 제주도는 그리스로마신화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내용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신화는 제주를 세계의 보물섬으로 키워나갈 잠재력이 충분함을 알려준다. 아직 제주에는 350여 개의 당이 있다. 제주자연과 더불어 제주신화역사의 자원화를 구체적으로 모색해 세상에 내놓아야 할 때다.

'제주신화집'은 제주문화원이 제주의 중요한 신화전설을 선정해 전문가에게 의뢰한 뒤 다듬고 체계화해 우리말로 정리 집필을 마친 결과물이다. 또한 처음으로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해 지난달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에게 보급한 데 이어 오는 21~26일 개최되는 제10차 국제식물분자생물학총회에 참석하는 50여 개국 외국인 1800여 명에게도 보급할 계획이다. 제주문화원.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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