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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25시
[편집국 25시]우근민 도지사의 현실인식 수준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2. 10.30. 00:00:00
지난 8월 20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도미술대전 시상식이 열렸다. 당시 축사를 하면서 현실 인식 수준을 드러낸 우근민 도지사의 발언에 문화예술인들은 실색했지만 행사장을 가득 채운 도민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도지사와 문화예술인들 간 현실 인식의 간극은 그 박수소리만큼이나 컸다. 도지사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다.

"문화예술인들이 변화가 없어요. 제주도립미술관도 반듯하게 지었으면 미술대전 시상식 같은 것도 도립미술관을 활용해야지, 어떻게 변화가 없을까. 변화가 없으면 고인 물 같아서 좀 짜증이 나거든요. 내년은 장소를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나 했구요."

우 지사는 역대 도지사들과 비교하면 문화예술 분야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인물로 비치고 있다. 그런 도지사인지라 번듯한 공공미술관을 두고 공연예술가들도 꺼리는 초라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미술인들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봤으니 짜증을 낼 만도 했다. 그러나 우 지사의 발언을 접한 문화예술인들은 짜증 정도가 아니라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부터 제주예총과 미술협회는 도립미술관에서 미술대전과 제주미술제를 개최하기 위해 대관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답변은 'NO'였다. 그 공문은 미술관에 있을 테고, 예총과 미협에도 보관돼 있다. 결과적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염원을 공공기관이 꺾었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일이 벌어져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우 지사는 되레 문화예술인들에게 변화가 없다고 짜증을 냈다.

보좌하는 이들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서 도지사가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도지사 정도라면 공식석상에서 그러한 발언을 하기 전에는 한 번쯤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았을까? 변화를 시도하다 좌절한 문화예술인들이 바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더욱 아쉬웠다.

탐라대전 기간을 전후해 제주도 문화계에서는 도지사 서열에 관한 우스갯소리가 퍼졌다. '명예훼손죄'에 연루될 수도 있어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1위부터 3위까지는 모두 '민간인'이고, 현직 도지사는 4위에 머물렀다.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다면 문화예술계의 도지사가 따로 있다는 소문은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표성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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