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서의 역사
인간 본성을 시적으로 그린 '셰익스피어 사극 11권'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2. 11.16. 00:00:00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로서 역사적 자료를 가공해 실제 역사를 극화한 최초의 사극 작가다. 그 이전에는 작가 당대의 공통적 가치와 이상, 역사관과 세계관이 거대한 총체를 이루며 녹아 들어간 사극 연작은 다른 어느 나라 문학에도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사극을 통해 잉글랜드 역사는 더욱 생생하게 역동적으로 드러나며 문학-예술화의 경지에 이른다.

셰익스피어는 왕권을 둘러싼 왕족 간의 대립과 투쟁, 이에 따른 귀족들의 이합집산과 반발 과정을 대사로 녹여내며, 전적으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없는 인간의 이중성, 질투, 욕망, 배신 등 인간의 본성을 날카로운 통찰과 시적 표현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다. 셰익스피어 사극이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까닭이다.

셰익스피어의 데뷔 초기작인 1기 4부작 '헨리 6세 1, 2, 3부'와 '리처드 3세'는 헨리 5세의 죽음(1422년)부터 장미전쟁을 거쳐 요크가가 왕권을 잡고, 헨리 리치먼드(훗날 헨리 7세)가 보스워스 전투에서 리처드 2세를 격파하고 튜더 왕조를 세우는 과정(1485년)을 그린다. 2기 4부작 '리처드 2세'와 '헨리 4세 1, 2부', '헨리 5세'는 추방된 헨리 볼링부르크가 돌아와 학정과 실정으로 민심을 잃은 리처드 2세를 몰아내고 랭커스터 왕조의 시조로서 헨리 4세로 즉위한 뒤 그 아들 헨리 5세가 프랑스 원정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둬 트르와 조약을 맺는 과정(1420년)을 다룬다. 여기에 귀족들의 권리를 인정한 대헌장 체결로 유명한 '존왕',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이자 엘리자베스 1세의 아버지인 '헨리 8세', 전설 속의 브리튼왕을 그린 '심벨린'을 덧붙였다.

이번에 출간된 11권은 플랜타저넷→랭커스터→요크→튜더 왕조로 이어지는 잉글랜드 왕조의 전환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장미전쟁, 백년전쟁을 마치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사극들이다. 이 과정은 또한 봉건귀족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절대 왕권을 강화하며 근대화로 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칼레해전에서 격파함으로써 후일 대영제국 건설의 초석을 마련한 잉글랜드인의 한껏 부푼 자신감이 곳곳에 묻어난다.

1차분으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5권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폭풍우'와 2차분 7권 '로미오와 줄리엣', '십이야, 혹은 그대의 바람', '좋을 대로 하시든지',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헷갈려 코미디'는 이미 출간됐다. 김정환 옮김. 아침이슬. 1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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