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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행정체제 改編'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 2012. 11.20. 00:00:00
'행정체제 개편(改編)' 문제가 안갯속에 빠졌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이하 행개위, 위원장 고충석)가 '제주도민의 선호모형'이라며 최종 2개안을 놓고 지난달 말 도민토론회를 개최했으나 논란만 더 키웠다.

현재 행개위가 제시한 안은 '시장직선 및 의회 미구성'과 '시장직선 및 의회 구성' 등 두 가지 안(案)이다. 제주자치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가운데 최종안을 결정한 후 하반기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국회에 상정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 가지 방안 모두 논리적 허점과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행정시장 직선(直選)이 골자인 첫번째 안은 포장만 그럴싸하지, 중앙정부가 인정한 법인격(法人格) 시장이 아니다. '법인격'이 있어야 자치사무를 비롯해 재정권 및 예산편성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설혹 행개위의 생각대로 시장 직선이 이뤄진다 가정해도 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체제는 또 다른 '기형(畸形) 구조'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시장은 임명·추천제로 하더라도 의회는 반드시 구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우리나라 법 정신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제주자치도 TF팀이 마련한 '행정시 강화방안' 또한 숱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이 방안은 ▷행정시장 임용권한 4급이하로 확대 ▷행정시에 인사위원회 설치 ▷예산편성 제출권 부여 ▷각종 위원회 설치 권한 및 자치법규 발의 요청권 부여 등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하는 체제 하에서 아무리 행정시의 권한(權限)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시늉'에 그칠 것이란 문제 제기다. 예컨대 인사권 확대의 경우 현행 상태에서 도지사의 입김을 거부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또 기형적인 행정시체제를 개편하기 보다는 권한만 강화시킴으로써 오히려 행정의 효율성까지 저하시킬 것이란 비판이다.

걸림돌은 또 있다. 일부 도의원들이 행정시 권한을 강화한 후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자치권 부활을 논의해야 한다며 논란에 가세한 것이다. 현재의 기득권(旣得權)을 놓지 않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행개위가 내놓은 두번째 안인 시장 직선 및 의회 구성은 '기초자치 부활'을 전제(前提)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이번 용역의 책임 연구자조차 토론회 과정에서 "기초자치 부활(復活)은 현행 법 체계상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현 상태에서 특별자치도와 기초자치 부활은 서로 상충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행개위가 제시한 두 가지 안은 명분(名分)만 있지 실익(實益)이 없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행개위측은 자신들이 선정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선호모형'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는 '학자적 양심'마저 버린 전형적인 물타기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제주자치도 박재철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행정체제 개편은 지사의 공약(公約)사항이기 때문에 추진하고 있다"며 그 속내를 드러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엄격하고 냉정한 평가(評價) 없이 졸속으로 이뤄지는 행정체제 개편은 행·재정적 낭비는 물론 소모적인 논쟁과 새로운 갈등만 부를 뿐이다. 그런데도 변죽만 울리는 굿판을 계속 벌일 셈인가.<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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