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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莊子)의 가르침 중에 '악출허(樂出虛)'라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는 빈 곳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의 말대로 소리는 비움에서 오는 것이 틀림없다. 비움이 없다면 소리는 떨림이 있을 수 없고 공명이 있을 수 없다. 두들겨 소리 내는 북은 중심부가 비어 있다. 북 안에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북은 울리지 않을 것이다. 속이 꽉 찬 대금이나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소리를 낼 리 만무한 까닭이다.악기뿐이겠는가. 그릇도 비어 있어야 물을 채울 수 있고, 사람도 속을 비워야 새로운 지식도, 좋은 충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고 자연도 그러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일년내내 피어 있다면 어찌 아름답게만 보이겠는가.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여 권세의 허망함을 비유하였지만 한편으론 대부분의 꽃은 열흘이 가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고 더욱 사랑받는 것이다. 그림에도 비움의 철학이 있다. 화면에서 그려진 대상 이외의 부분, 특히 동양화에서는 여백을 기(氣)의 표상으로 여겨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의 회화에서 말하는 여백의 미는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화폭을 꽉 채워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야 한다는 사고와는 사뭇 다르다. 한국화의 경우 여백을 남기는데 사실상 그것은 그냥 여백이 아니라 붓이 지나간 자취와 빈 공간이 조형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그림에 대해 이해의 폭이 깊어지면 그것이 단순하게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붓질한 부분과 남은 부분이 필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비움으로 채울 수 있음, 그것이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장자는 '악출허(樂出虛)'를 말하면서 마음을 비워보라고 권한다. 마음을 비우면 진실이 보이며 진실된 소리가 나지만, 마음이 욕망으로 가득 차 있으면 진실은 보이지 않고 진실 된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성전스님의『비움, 아름다운 채움』이라는 책 속에는 행복에 대한 물음이 담겨 있다. 우리 마음에는 '나'가 꽉 차 있다. 이 '나'의 고집과 편견을 앞세워 우리는 자기 자신만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서로 '나'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다 보니, 다른 것을 보거나 듣지 못하고 그 어떠한 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진정한 행복이란 마음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만을 내세우는 사람,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에게 성전스님은 비워야만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마음의 욕심을 비울 때, 나를 버릴 때에 삶의 행복과 만족이 채워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계는 밀운불우(密雲不雨)의 형국이다. 어떤 일의 징조만 있고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짙은 구름이 끼어 있으나 비가 오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무슨 일이 곧 터질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다 예상을 뒤엎은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 선언에 정치권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안풍(安風)'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깜짝 등장한 만큼 갑작스런 후보직 사퇴 역시 조금은 놀라웠다. 전말이야 어떠하든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최상의 즐거움은 텅 빈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였다. 불필요한 것을 버린다는 것은 그것이 있던 공간을 비워 여유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그런 여유가 마음에도 편안한 휴식공간을 만들어 준다. 넘치는 것을 버리고 삶을 단순화 시키는 활동이 행운을 가져다준다. 곧 비워야 채울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의 삶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보람 있는지를…. <김천희 한국화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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