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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안 640리를 가다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40)](19)남원 큰엉 조간대·중문
무태장어 이동통로… 생태환경 위협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2. 12.25. 00:00:00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0호인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강경민기자

은어 산란지인 중문 포구에 토사와 폐목 가득
큰엉 조간대 암반에는 갯녹음 현상 진행 심각
예래동 해안도로 환해장성도 도로공사로 훼손

▶'큰엉' 조간대=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큰엉' 조간대는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큰엉'이란 제주 사투리로 '큰 언덕'이라는 뜻이다. '엉'은 사투리로 낭떠러지나 벼랑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큰엉 조간대 해안절벽에는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자연동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제주올레 5코스에 포함된 큰엉 조간대 해안절벽(높이 약 20m) 위에는 약 2㎞에 걸쳐 산책로가 만들어져 기암절벽 아래로 탁트인 바다 전망을 볼 수 있어 많은 올레꾼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수려한 경관을 갖고 있는 큰엉 조간대도 갯녹음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암반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갯녹음이 진행돼 있다. 수심 1~2m 조하대에서는 소라와 보말들이 암반 사이에서 관찰됐으나 유용해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은 황폐화되고 있다.

▶중문포구(성천포)=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0호인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인근에 있는 중문포구는 천제연 하구에 자리잡고 있다. 천제연 폭포수는 이 곳을 지나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역인 이 곳은 은어들의 산란장소이며, 천연기념물 258호인 무태장어 치어들도 이 곳을 통해 천제연으로 올라간다.

은어들은 매년 2월 이 곳에서 산란을 한다.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은 3월 말부터 5월말까지 상류지역인 천체연으로 이동한다. 치어들은 천제연 3단 폭포까지는 올라갈 수 있으나 그 이상은 물살이 강해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또 매년 6월 말에서 9월까지 무태장어 치어들이 이 곳을 통해 천제연으로 올라간다. 열대어종인 무태장어는 길이 2m까지 자라는 대형어종으로 주로 야간과 장마철에 활동한다.

▲남원읍 남원리 '큰엉' 조하대에는 갯녹음이 진행됐다. 조성익 자문위원(수중촬영전문가)

▲중문포구 수중에 곰팡이가 핀 폐목. 조성익 자문위원(수중촬영전문가)

▲중문포구에 조성된 어도를 통해 무태장어들이 천제연으로 올라간다. 조성익 자문위원(수중촬영전문가)

무태장어는 천제연에서 5~10년 서식하다가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최후를 맞는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 되면 바다를 거슬러 올라오고 가을이 되면 다시 번식을 위해 바다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문포구 위쪽에는 은어와 무태장어 치어들이 올라갈 수 있도록 어도가 조성돼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박종협 중문어촌계장은 "무태장어 치어는 현재 필리핀쪽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무태장어 치어들은 어미가 살던 곳을 찾아 이 곳으로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계장은 또 "이 곳은 옛날 별이 내리는 내 또는 별빛이 비치는 내라는 해서 '베릿내' 포구라고 불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창명 제주학연구소장은 이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 "베릿내라는 내 이름은 예로부터 제주에서 불려온 고유어로, 벼로, 베리와 개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벼로는 낭떠러지의 험하고 가파른 언덕을 뜻하는 옛말 중 하나이다. 그러니까 천제연폭포 일대와 베릿내오롬 일대에서 벼랑을 이루고 흐르는 내라는 데서 베릿내라 부른 것이고 그것을 한자 차용 표기로 쓴 것이 성로천 또는 성천이다. 이 내 하류에 있는 개는 벼롯냇개·베릿냇개라 부르고 이것을 한자 차용 표기로 쓴 것이 성로천포이고 별로천포이다. 이 개 일대에 형성되었던 마을은 베릿내마을이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문포구는 육상에 내려온 토사와 각종 폐목 등이 쌓이면서 은어가 산란할 수 있는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수중탐사 결과 수중에는 나뭇잎과 토사가 가득찼고 폐목에는 곰팡이까지 피어 있었다.

▲중문 예래동 갯깍 주상절리대. 조각칼로 깎은 듯한 사각형·육각형 돌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예래동 조간대=중문 예래천 하구인 갯깍에서 하얏트호텔까지 이어지는 조간대에는 약 40m의 해안절벽이 발달돼 있다. 조각칼로 깎은 듯한 사각형·육각형 돌기둥이 바다를 안고 있는 갯깍 주상절리대 앞 조간대는 매끄러운 둥근 자갈들이 깔려 있다. 둥근 자갈들 사이에는 뾰족한 검붉은 암석이 자리를 잡고 있다. 화산 폭발 당시 바다로 흘러온 용암이 빠르게 식어 표면이 거친 바위가 됐고 그 위로 바람 불고 파도가 치며 현재의 부드러운 모양이 된 것이다.

▲'들렁궤 동굴 안에서 바라본 해안풍경

▲'들렁궤 동굴 인근 암반에 서식하는 가마우지

또 갯깍 주상절리대에는 두개의 해식동굴이 자리잡고 있다. 입구와 출구가 나있는 '들렁궤' 동굴은 신비감을 전해준다. 들렁궤는 구멍이 뚫려서 들린 바위라는 뜻, '궤'는 작은 바위그늘집보다 작은 굴을 나타내는 제주사투리다. '들렁궤 바로 옆에는 '다람쥐궤' 동굴이 있다. 다람쥐는 제주사투리로 박쥐를 뜻한다. 이 동굴에 박쥐가 많이 살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동굴에선 선사인들이 쓰던 토기 파편이 출토됐다.

탐사에 동행한 진관훈 자문위원은 "'들렁궤'는 앞뒤가 뚫여 있어 선사인들이 거주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뒤쪽이 막혀있는 다람쥐궤는 선사인들이 여름철 한 때 이 곳으로 내려와 물고기 사냥을 하면서 거주를 했던 동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람쥐궤' 동굴에서 내다본 풍경.

'다람쥐궤' 왼쪽에 있는 바다위 널다란 암반은 가마우지 서식지이다. 이 곳에서는 사냥후 날개를 펼치고 햇볕에 몸을 말리는 가마우지를 흔히 볼 수 있다. 김완병 자문위원은 " 가마우지의 털은 잠수가 쉽도록 물에 잘 젖는다. 그래서 사냥 후 항상 햇볕에 몸을 말린다"고 설명했다.

조하대에는 성게와 거북손, 홍합류가 바위틈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 예래동 조간대에 있는 논짓물은 겨울철에도 풍부한 수량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 곳 해안도로변에 있는 환해장성은 도로공사 등으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시영·고대로·강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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